80대 노부부 고객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포천농협 직원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희귀병 치료비 등으로 인한 1억 원대 빚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진 포천농협 소속 30대 남성 A씨의 채무는 약 1억 4000만원으로 대부분 신용대출 등 금융권 대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육군 특수부대에서 중사로 복무하다 전역했으며, 과거 훈련 중 입은 부상으로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희귀병을 앓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받는 등 병원 치료를 이어오면서 병원비 부담이 커졌고 부모 부양 등 가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압박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도박 등 불법행위에 연루된 정황은 없다고 보고 복합적인 생활고가 범행의 주된 동기가 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A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4시께 포천시 어룡동의 한 아파트 3층에 침입해 80대 부부를 흉기로 위협하고 케이블타이로 결박한 뒤, 귀금속과 현금 등 2000만원 상당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가 특수부대 복무 경험을 이용해 아파트 외벽을 타고 3층까지 올라가 방충망을 뜯고 침입하는 대담한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부부는 A씨가 근무하는 농협에 거액을 예치한 VIP 고객으로 범행 직전 약 3억원을 인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농협 지점 창구에서 근무 중이던 그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의 가방에서는 금 70돈가량의 귀금속이 발견됐으며 현금은 본인 계좌에 입금한 상태였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직장 내 횡령 등 추가 범죄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구속된 지 5일 만인 지난 4일 검찰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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