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 모(28) 씨는 지난달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결심했다. 만남 1회 당 15만 원을 웃도는 가격이었지만 오히려 결혼의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소개팅에서는 가정 환경이나 연봉 등 원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기 어려웠다. 최 씨는 “여러 명을 만나는 것보다 검증된 한 명을 만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최근 2030세대 연애·결혼 시장에서 ‘효율성’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를 찾거나 로테이션 소개팅이 유행하는 등 빠르고 확실한 만남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결혼정보회사 가연에 따르면 2024년 가연의 20대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8.3%, 여성이 12.5% 증가했다. 가연 관계자는 “2023년 증가율이 5.5%에 그쳤던 것에 비해 매년 20대 회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7월 20대의 ‘결혼정보회사’ 검색량은 3년 전 동월보다 2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소위 ‘결혼 적령기’로 불리는 3040세대가 주 이용층인 만큼 20대 가입률 상승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다. 결혼정보회사에서 5년간 일한 매니저 A 씨는 “요즘 20대는 조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가벼운 만남조차 주저한다”며 “결혼 상대의 배경을 미리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입을 고민 중인 정지현(27) 씨는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3년 만난 애인이 하늘에서 떨어지면 좋겠다’고 말한다”며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짧은 시간 내에 상대를 파악하려는 성향은 연애에서도 두드러진다. ‘시성비(시간+가성비)’ 만남으로 불리는 로테이션 소개팅이 대표적이다. 5대5부터 많게는 15명까지 2030 남녀가 자리를 옮겨가며 10분씩 대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로테이션 소개팅 업체 ‘러브매칭’은 3년 전보다 문의가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표 양 모(38) 씨는 “하루만 시간을 내도 여러 번 소개팅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인기가 많다”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종교나 흡연 여부 등 민감한 내용도 바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효율 연애’ 유행의 배경으로 2030세대의 심리적 여유가 줄어든 점을 꼽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극심한 취업난을 겪은 이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집값이나 육아 등 현실적 부담도 큰 만큼 연애와 결혼에서 실익을 따지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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