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확보한 돈다발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데 대해 감찰 등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곧바로 조사팀을 구성해 서울남부지검에 대한 대대적 감찰에 착수한다.
법무부는 19일 “정 장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유실 및 부실 대응 문제와 관련해 진상 파악과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감찰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 출범 전 건진법사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이 전씨 자택에서 발견한 돈다발의 출처에 관한 정보가 적힌 띠지를 분실한 것으로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대검 감찰부도 정 장관 시시에 따라 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한 조사팀을 서울남부지검에 보내 본격 감찰에 착수한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 당사자인 전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1억6500만원어치의 현금 다발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서는 5000만원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된 신권 뭉치였다. 비닐에는 기기 번호와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와 함께 발행 날짜로 2022년 5월 13일이 표기돼 있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사흘 뒤였다.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5000원권 돈뭉치가 시중에서 볼 수 없는 관봉권 형태라는 점에서 해당 자금이 윤석열 정부 초기 대통령실 등의 특수활동비 일부가 흘러갔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현금 출처를 추적하지 못한 채 사건을 김건희 특검팀에 넘겼다. 돈다발 지폐와 검수 날짜, 담당자, 부서 등의 정보가 적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했기 때문이다. 남부지검은 직원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띠지 등을 잃어버렸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향후 ‘관봉권 띠지 분실’ 사태에 대해 대검이 강도 높은 감찰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일선 검찰 수사 과정과 관련해 직접 감찰을 지시하는 사례가 흔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김 여사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건진법사 사안에 대해 지난 윤석열 정부 시기 검찰의 압수물에 대한 부적절한 관리 등 부실 대응 가능성을 되짚어보겠다는 의중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찰에서는 우선 띠지 분실에 고의·의도성이 있는지부터 조사할 수 있다”며 “해당 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까지 살펴보고 징계 대상이나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찰 결과에 따라 단순한 실수가 아닌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의도된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감찰 결과에 따라 공용서류 등의 무표·공용물의 파괴 또는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기다. 형법 141조(공융서류 등의 무효, 공용물의 파괴)에 따르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 123조(직권남용)에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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