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러시아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물물교환이 부활했다. 유럽 등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무역 대금 결제에 문제가 생기면서 러시아 기업들이 거래 대가로 돈 대신 현물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1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옛 소련 붕괴로 혼란했던 1990년대 이래 처음으로 러시아에서 물물교환이 다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자금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1990년대 초반 러시아 기업들은 화폐 대신 현물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물물교환은 경제에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 전력과 석유부터 밀가루·설탕·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품을 두고 복잡한 조건부 거래망이 형성되면서 물건 가격을 정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 6개월이 지난 요즘 러시아에서 물물교환 방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열린 카잔 엑스포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한 중국 하이난룽판유전과기공사 관계자는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결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 협동 모델을 제공한다”며 “무역 거래에서 물물교환 방식은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전력 기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선박 건조용 러시아산 소재를 받아가기를 원한다면서 안정적인 화폐 거래가 쉽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와 아시아 지역 기업들에 이런 방식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물물교환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중국·튀르키예 등은 러시아의 핵심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들 국가 역시 서방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러시아 규제를 준수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대금 결제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에 기존 화폐 기반의 대금 결제 방식이 아닌 현물 교환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확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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