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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6개 전쟁 끝냈다" 트럼프 발언, 사실일까[글로벌 왓]

젤렌스키와 정상 회담서 '종전 해결사' 자화자찬

외신들 팩트체크…가디언 "진실을 얼렁뚱땅 넘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6개의 전쟁 종료를 이끌어냈다고 밝히자 외신들이 내용을 부풀리거나 왜곡했다며 비판적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을 마친 뒤 “나는 6개의 전쟁을 끝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7번째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차례 중재 경험을 토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 합의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위 확인에 들어갔다. 트럼프가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6개 전쟁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르완다, 이스라엘-이란, 인도-파키스탄, 캄보디아-태국, 세르비아-코소보 간의 분쟁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악관은 악시오스 확인 요청에 7번째 중재 사례로 에티오피아-이집트 분쟁을 추가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분쟁에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인정할 만하지만 분쟁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트럼프의 주장이 과장됐다며 트럼프가 "진실을 얼렁뚱땅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아르메니아 총리와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해 평화 협정에 서명하도록 중재했다. 구소련에 속했지만 민족·종교가 다른 양국은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영토 문제를 놓고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을 빚었다.

협정이 실제로 평화를 보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평화 협정에는 아르메니아 남부를 통과해 아제르바이잔으로 이어지는 길이 43.5㎞의 '트럼프 루트'를 만들어 99년간 미국이 독점 관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러시아는 조심스럽게 평화 협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란은 자국의 국경과 인접한 곳에 '트럼프 길'이 생기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수석 고문은 협정 다음 날 "이 통로는 트럼프 용병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민주콩고와 르완다의 외무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민주콩고 동부 지역의 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정 서명식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과 파괴는 끝나고 희망과 기회, 조화, 번영, 평화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다"고 말했지만 민주콩고 동부 내전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같은 달에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국의 중재로 '12일 전쟁' 끝에 전격 휴전에 돌입했다. 중재보다는 미군의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강제한 휴전에 가깝지만 트럼프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아 전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5월에는 인도군이 파키스탄 군사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중재자'를 또 한 번 자처했다. 그는 "미국의 중재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완전하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평가했지만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휴전 협상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지난달에는 캄보디아가 태국과 무력 충돌 직후 미국의 고관세 위협을 받고 나흘 만에 휴전했다. 악시오스는 양측이 미국의 위협에 굴복해 휴전했을 뿐 국경 마찰을 포함한 긴장 관계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발칸반도의 앙숙'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당시인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 아래 경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백악관에서 서명식을 했다.

하지만 양국의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디언은 "트럼프는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하지만, 세르비아는 전쟁을 벌일 계획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에티오피아-이집트 분쟁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평화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는 사례다.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에 대형 댐 건설을 추진해 이를 둘러싸고 이집트와 분쟁을 벌이자 트럼프 행정부는 중재를 시도했다. 백악관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분쟁을 "트럼프가 해결한 전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양국 간에 전쟁이 발발하지도 않았고 댐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존재하지도 않은 위기를 해결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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