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활동을 종료한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 대해 전형적인 용두사미라는 관가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처별 업무보고를 현장에서 받겠다면서 세종에 내려와 호통치던 출범 초기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뒷심 부족을 보이더니 123대 국정과제와 함께 발표하려던 ‘정부 조직 개편안’이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기 때문이다. 이춘석 무소속 의원과 주식 차명거래 의혹에 연루된 보좌관도 국정기획위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에 정치적 부담만 안기게 됐다.
‘개문발차’한 국정기획위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컸다. 일부 기획위원은 대통령실과 정부에 입각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공석이 다수 발생했다. 상당수 기획위원이 현직 의원인 까닭에 의정 활동과 병행하느라 예상만큼 속도도 내질 못했다. 현직 관료 위주로 구성된 전문위원에는 파견 기피 현상까지 있었다고 한다. 반면 정권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자문위원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이들은 영향력을 과시하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위촉장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실제 일할 사람은 적고 잿밥에 관심 있는 사람만 많았다는 얘기다.
최종 결과물도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123대 국정과제 대부분은 구체성 없이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집을 사실상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한 수준인 데다 이 대통령의 만류에 연도별 이행 로드맵도 막판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소요 재정 규모에 대해 “원래 600조 원 정도 나왔는데 줄이고 줄여서 210조 원이 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원은 세입 확충 94조 원과 지출 절감 116조 원으로 조달하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재원 조달 방안이 치밀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국정기획위가 정부 조직 개편이란 벌집만 쑤셔놓았다는 점이다. 개편 대상으로 거론된 부처 공무원들은 “업무나 근무지가 어떻게 변경되는지 몰라 불안하다”며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방향성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혼란스럽기는 정부의 손과 발이 돼 움직이는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공공기관은 복수의 부처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직 개편 하나에 집중해도 될까 말까 한데 너무 일을 벌이다 빈손으로 끝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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