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율성 침해가 우려되는 2차 상법 개정안이 경제계의 잇단 호소에도 불구하고 8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될 듯하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더 센’ 상법을 2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법안에는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더 센 상법 개정안은 소수 주주의 권리 보호와 경영 투명성 제고 등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외국인 큰손들이 상법 개정을 지지할 정도로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개정 상법은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을 제약해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대주주의 경영권 위협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가 “상법 추가 개정안이 통과하면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반대 목소리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이날 50대 그룹 중 오너(총수) 일가가 보유한 우호지분율 중 약 38%가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리더스인덱스는 “1차 상법 개정에서 이미 통과된 합산 3% 룰과 이번 2차 개정안에 담긴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모두 적용되면 40.8% 중 37.8%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상법 2차 개정이 강행될 경우 국내 50대 그룹이 우호지분 의결권 대부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기업들이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과 관세 인상의 후폭풍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제라도 여당은 기업을 위축시키는 더 센 상법 개정안 입법 시도를 멈춰야 한다. 35년 전 처벌 기준에 형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배임죄도 이사의 경영 판단 책임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포이즌필 도입을 비롯한 경영권 방어 장치 등 상법 개정안 보완 방안도 마련해 기업 할 맛이 제대로 날 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경제성장의 중심은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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