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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K가 빠지는 그날까지

생활산업부 노현영


“서구권 국가에서 K뷰티를 바라보는 일부 시선은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시아 제품을 보는 것과 같아요.”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전 세계적인 K뷰티 열풍의 이면에 있는 냉정한 현실을 드러내는 지적이다. 가성비 전략을 내세운 인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K뷰티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화장품 수출액은 약 36억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섰고 이런 추세라면 수출 1위 프랑스와 함께 세계 2대 화장품 강국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저렴하지만 괜찮은’ 제품력은 K뷰티의 강점으로 꼽히는 동시에 불안한 경고음이기도 하다. 가성비라는 굴레는 언제든 새로운 대체재가 등장하는 순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에 일정 수준의 품질을 보장하기 때문인데 아무리 적은 폭이라도 가격이 오르게 되면 소비자 이탈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신제품 출시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K뷰티 하면 떠오르는 가성비 이미지를 버리고 브랜드와 제품 자체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오픈한 라카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관계자는 “기존 K뷰티 매장과 달리 라카만의 고급화된 이미지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구성했다”고 했다. 일부 기업들이 스스로를 ‘K뷰티’가 아닌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규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미녀·티르티르·스킨1004 등을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로 알려졌다.



바람처럼 불어온 K뷰티 열풍은 언제든 잦아들 수 있다. 한때 잘 팔린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정체성과 자산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10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적 스토리를 무기로 삼는 것처럼 K뷰티 브랜드 역시 자신만의 비전과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K’라는 접두사 없이도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이름이 되는 것이야말로 한국 화장품 업계가 지향해야 할 다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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