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 제한을 강화하고 입·낙찰 심사에서 안전 평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가계약제도를 손질한다. 최근 연이은 중대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 주도로 기업의 안전관리 강화를 유도하고 산업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2025년 제3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계약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우선 입찰과 낙찰자 선정 시 안전 평가를 반영하기로 했다.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사업에 대해서는 자격 미달 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사전에 제한한다. 이를 위해 제한경쟁입찰 사유에 △안전 분야 인증 △안전 전문인력 및 기술 보유 상태 등을 추가할 방침이다.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공공입찰 참여를 엄격히 제한할 계획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동시에 2명 이상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이 제한 조건을 확대해 ‘연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경우에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향후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및 업계·전문가 등과 협의를 거쳐 실효적인 제재 방안과 관련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낙찰자 선정 단계에서도 안전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공사의 낙찰자 평가 시 ‘중대재해 위반 항목’을 감점 항목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또 100억 원 이상 공사에서 2점 한도의 가점 항목이던 안전 평가 점수를 배점 항목으로 전환한다. 안전 평가 점수를 충족하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사 현장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계약 상대자인 건설사가 자율적으로 공사 일시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공사 정지가 필요한 경우 정지를 시키는 주체는 공사감독관이다. 앞으로는 공사감독관이 아니라 계약 상대자 쪽에서 공사 정지를 요청하더라도 지체 상금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 다각도로 산재 예방이 가능하도록 한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조달 혁신 생태계 개선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2024년 1조 220억 원 수준인 혁신 제품 공공 구매 규모를 2030년까지 3조 원 수준까지 확대하고 혁신 제품은 누적 5000개까지 추가 발굴해 지정할 계획이다. 혁신 제품은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통해 생산한 획기적인 제품으로, 정부는 공공 부문이 먼저 납품 계약을 맺도록 해 판로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횡단보도 바닥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바닥 신호등’이나 화재 발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칩이 내장된 ‘던지는 소화기’ 등이 혁신 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다. 우수 제품 지정 시에는 인공지능(AI) 분야를 신설해 기존의 전기 전자, 지능 정보 등과 분리해 별도 심사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