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행 중인 지역인재 제도의 인센티브만으로는 지방 노동시장에 청년인재를 유인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인재 기준을 ‘출신 대학’ 소재지뿐 아니라 ‘출신 고교’로 넓히는 등 지역인재의 법률상 정의를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20일 ‘청년의 비수도권 노동시장 유인 방안 연구:지역인재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이 지역 청년 유출과 저출산으로 인구 고령화 및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3년 기준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6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며 서울 출산율은 0.55명에 불과해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이 지방 인구소멸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2022년 수도권 청년인구는 전국 청년인구의 53.9%를 차지해 이후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인재 육성 정책의 시작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8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에 따라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 및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공무원 및 공공기관 신규 채용에서 지역인재 채용 권고가 활발해졌다. 참고로 지방대 육성법이 정의하는 지역인재는 ‘지방대학 졸업자’다.
특히 2024년 개정안에서는 300인 이상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신규 채용인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할 것을 권고 중이며 비수도권 지역 소재 공공기관은 35%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의무화 했다. 또 관련법 제4장 제14조에서는 대학 및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지역인재를 ‘우대 채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2018년 1월부터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 특별법)’에 따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시에도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 했다. 혁신도시 특별법 제30조의 2항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은 2018년 18%에서 2019년 21%, 2020년 24%, 2021년 27%, 2022년 이후 30%로 꾸준히 늘었다.
보고서는 다만 이 같은 지역인재 채용제도가 일부 부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지적한다. 보고서는 “지방의 공공기관들에서 특정 대학 출신 비율이 높아져 ‘단일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존재하며 지방은 과학기술원과 거점 국립대 등 특정 종합대학이 같은 시도 내 다른 대학들보다 입시 결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까지 존재한다”며 “반면 수도권 우수 대학과 비교하였을 때는 경쟁력이 뒤처지는 문제가 있으며 이로 인해 특정 학벌을 중심으로 파벌이 조성되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지적했다.
‘역차별’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지역인재 우대 이슈는 지방대 학생에 일방적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블라인드’ 채용 기준과 상충한다. 또 부산에서 19년 거주 후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청년은 부산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전형 혜택을 받지 못하지만, 서울에서 19년 거주 후 부산 소재 대학을 졸업한 청년은 지역인재 채용 수혜가 가능하다는 점은 ‘지역인재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지연인재전형의 기준을 대학 소재지가 아닌 해당 시도 소재 고등학교 졸업자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주장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기준 변경시 수도권 대학 출신이더라도 고등학교 소재지가 비수도권인 경우 이른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며, 타 시도 대학 출신의 유입으로 특정 대학의 파벌 조성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지원자의 지역이 다양해짐에 따라 블라인드 채용 제도 취지에도 부합하며 공공기관의 다양성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대학을 나온 지방인재를 재유치하는 것은 이외에도 장점이 여럿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 할 경우 고등학교 소재 시도에서 교육받는 것과 비교해 주거비, 생활비 등의 추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인적자본 축적’의 인센티브가 존재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더 좋은 인적자본 형성 환경을 찾아 대학에 진학해서 인적자본을 축적한 뒤 고향에 취업하는 인재는 지방의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고등학교 소재지로 회귀해 취업하는 청년은 통근 시간과 부모와의 공동거주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통해 타 시도 취업자에 비해 이점이 많다.
보고서는 “수도권 고등학교 출신 청년들의 90% 이상이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비수도권 노동시장에 유인하는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지역인재의 법률상 정의를 확장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비수도권 고등학교 출신 청년을 비수도권으로 유인하는 등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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