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투자 과열론 탓에 관련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의 주가가 이틀째 급락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가 다시 한 번 하락했다.
20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4포인트(0.04%) 오른 4만 4938.3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59포인트(0.24%) 떨어진 6395.78에, 나스닥지수는 142.10포인트(0.67%) 내린 2만 1172.86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이날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가 전날에 이어 이틀째 모조리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가 0.14% 내린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0.79%), 애플(-1.97%), 아마존(-1.84%), 메타(-0.50%), 브로드컴(-1.27%), 구글 모회사 알파벳(-1.12%), 테슬라(-1.64%), 넷플릭스(-0.02%) 등 AI·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가팔랐다.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에도 1.46% 떨어진 바 있다.
전날 소프트뱅크그룹이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를 출자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분 10%를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를 노린다는 소식에 6.97% 급등한 인텔은 이날 6.99% 내리면서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소매 업체인 타깃은 2분기 순이익이 급감했다는 소식에 6.33% 급락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맥을 못춘 것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AI 투자 과열 발언과 중국의 자국 반도체 적용 확대 소식이 연이틀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CNBC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최근 기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만나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거품’이란 표현을 거듭 반복했다. 올트먼 CEO는 또 “미국이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추론 능력은 중국이 아마 더 빨리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서도 “내 직감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올초부터 AI 데이터센터에 자국 반도체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상하이가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먼저 시작한 정책을 다른 지역에도 도입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몽골과 광둥성 등 전국에 500개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21일 개막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와 관련해서도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월가는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2일 연설에서 어떤 통화정책 신호를 낼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83.1%로, 동결될 확률을 16.9%로 각각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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