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올 들어 중국 물류회사 ESR 케이만에 대한 투자금을 추가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는 이번 투자로 5000억 원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했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미래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그룹 ‘리밸런싱’(사업재편) 작업의 연장선이다. SK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82개 계열사를 줄이고, 단기 차입금도 38% 축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중국 2위 물류센터 기업 ESR 케이만의 지분 5768만 주를 최근 1286억 원에 처분했다. 2017년 SK는 중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3744억 원을 투자해 이 회사의 지분 11.77%를 확보했다. 이듬해에도 1152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SK 관계자는 “ESR 케이만이 전 세계에 110여 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알리바바, 아마존 등 글로벌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SK는 비상장사였던 ESR 케이만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이후 지분가치가 치솟자 단계적으로 투자를 회수해왔다. 2020년 9월 지분 4.6%를 4800억 원에 매각해 투자 원금을 회수한데다 2021년 12월에도 3.1%를 추가로 매각해 3500억 원을 확보했다. 현재 잔여 지분 1.04%의 평가가치가 1000억 원 수준이라 SK는 ESR 케이만 투자로 총 5600억 원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지난해 11월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된 SK에어플러스의 영주 액체질소(LN2) 공장도 최근 SK스페셜티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240억 원 수준이다. SK에어플러스는 LN2 공장을 통해 SK스페셜티에 액체질소를 공급하고 있다.
SK는 올 3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 600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SK는 한앤컴퍼니와 매각 협상을 하면서 SK스페셜티에 액체질소를 공급하는 SK에어플러스의 영주 공장에 대해 SK스페셜티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옵션을 넣었는데, 공장 가동 효율화를 위해 SK스페셜티가 영주 공장 매수를 결정했다.
SK㈜의 사내독립회사(CIC)인 SK머티리얼즈도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그룹14와 합작해 운영하던 경북 상주 배터리 활성소재 공장의 지분 75%를 매각했다. SK와 그룹14는 앞서 2021년 합작사를 설립하고 8500억 원을 투자해 실리콘 배터리 음극재 생산 시설인 이 공장을 세웠다. SK머티리얼즈는 공장 지분을 판 대신 그룹14의 주식을 받아 생산회사가 아닌 투자사로 남는 선택을 했다.
SK가 다양한 자산을 정리하며 리밸런싱 속도를 높인 것은 지금이 포트폴리오 재정비의 적기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SK는 작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배터리·에너지 등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려 비핵심 계열사를 줄이고 투자 지분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윤치원 SK 감사위원장은 전날 끝난 ‘이천포럼 2025’에서 “리밸런싱 과정에서 시간을 최적화해야 한다” 면서 “향후 거래 성사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포트폴리오 조정을 가속화하고 빠르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을 제 값받고 팔 수 있을 때 서둘러 정리하겠다는 얘기다.
SK의 리밸런싱 성과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2023년 716개였던 연결 대상 종속회사는 올 해 6월 말 634개까지 줄었다.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 역시 2023년 3조 3062억 원에서 2조 350억 원으로 38%나 줄었고 부채비율도 76.6%까지 낮아졌다. 이는 리밸런싱 착수 이후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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