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012330)가 차량용 반도체와 로보틱스 사업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 모빌리티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이들 신성장 동력에 대한 독자적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2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2025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차량용 반도체 개발은 크게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 분야로 나뉜다. 현대모비스는 우선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제어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통신용 시스템온칩(SoC)과 배터리 안정화에 필요한 배터리 모니터링 반도체(BMIC)에 대한 자체 설계 역량 확보에 나선다.
아울러 자체 설계한 전력반도체 양산에도 속도를 낸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구동 시스템의 성능과 원가를 결정짓는 요소 기술로 독자 설계 역량을 확보하면 고객들이 요구하는 차세대 구동 시스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에어백용 반도체와 모터 제어, 전장 부품인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용 전원 반도체 등 총 16종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올해 양산하는 반도체 수량만 2000만 개에 달하고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도 11종에 이른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날 로보틱스 분야 액추에이터(구동장치) 시장 진출 계획도 처음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구동 장치로 모터와 감속기·제어부로 구성된다. 현대모비스는 그간 자동차 부품 개발과 양산 경험을 토대로 로보틱스 분야 사업 기회를 모색해왔는데 차량 조향 시스템과 기술적으로 유사성이 높은 액추에이터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기로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액추에이터가 전체 제조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센서와 제어기, 핸드그리퍼(로봇 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로봇 부품 분야도 업계 1위를 지향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전동화 및 SDV 분야에서도 혁신을 이어간다.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셀 사이 내화패드를 삽입한 격실 구조와 내화성 소재를 적용해 열 전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배터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SDV 기술은 이미 확보한 전기·전자제어 솔루션 역량을 토대로 다양한 고객사와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의 모든 기능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활성화되고 관리되는 SDV 차량은 정교한 제어 시스템에 기반한 통합 플랫폼이 중요하다.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사업화는 2028년 이후로 예상된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홀로그래픽 광학 필름을 적용한 윈드 실드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해 미래차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차량 전면 유리창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는 해당 기술은 글로벌 광학 기업인 독일 ZEISS와 공동 개발 중이다. 제품 출시는 2029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영업이익률도 5~6% 수준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33년까지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사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규석 사장은 “신기술 경쟁력과 고도의 실행력, 속도 삼박자를 갖춰 모빌리티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미래 핵심 제품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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