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의 지도 서비스에 간판조차 못 올립니다. 손님도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만 받아요. ‘합법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땀이 납니다.”
서초에서 반영구문신샵 ‘00브로우’를 운영하는 30대 여성 윤 씨는 보건소에 영업신고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공중위생관리법상 미용업은 반드시 보건소에 신고해야 하지만, 반영구화장은 미용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보건소에 신고하려 해도 법적으로 접수조차 불가능해, 업계는 불법 신분을 감수한 채 알음알음 영업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전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20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대안 법안이 통과되며 법제화 논의가 본궤도에 올라섰다.
문신사법은 비의료인에게 문신 시술을 허용하되 국가가 면허를 부여하고 업무 범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신사 국가시험 및 면허제 도입 △문신업소 등록 의무 △위생·안전 교육과 정기 건강검진 의무 △책임보험 의무 가입 △부작용 사전 고지 및 사후 신고 의무가 핵심이다. 보호자 동의 없는 미성년자 시술, 등록 업소 외 영업, 문신 제거행위 등은 금지된다. 시술 과정에서 사용한 염료·부위·범위를 기록·보관하는 안전관리 조항도 신설됐다. 시행일은 공포 후 2년 뒤로 정해져, 임시 등록·유예 규정이 병행된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30년 넘게 불법으로 간주돼왔다. 지난해 5월 대구지법에서는 비의료인의 눈썹문신 시술을 두고 열린 전국 첫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하는 등 하급심도 일관되게 유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시장 파급력도 크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코그니티브 마켓 리서치(Cognitiv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문신 시장 규모는 약 4955만 달러(약 600억 원)로 추산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11.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화가 현실화되면 산업 성장세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신사들은 제도권 진입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은 “현장에서는 이미 1회용 바늘·소모품 사용, 소독, 시술 동의서 작성 등을 지켜왔지만 불법 직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국가 차원의 관리·교육은 없었다”며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제도와 표준화된 안전 기준이 마련돼 소비자는 안심하고, 종사자도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임보험, 위생교육 등 부담이 늘어도 업계는 준비돼 있다”며 “소상공인 비중이 큰 업종 특성상 위생시설·교육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문신 시술이 피부 진피층까지 바늘을 찌르는 ‘침습적 의료행위’인 만큼, 감염·피부암 등 부작용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생활 문신도 단순한 미용 차원을 넘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일괄적으로 합법화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문신사에게 예외적으로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셈”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국회가 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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