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상상으로 여겨졌던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오픈AI의 챗GPT가 빠르게 상용화되면서 테크 거물들은 “5년 안에 AGI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을 정도다.
신간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는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기술인 AGI의 등장이 변화시킬 미래에 대해 전망한다. 특히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도 있는 AGI의 출현이 진짜 임박했음을 전제로 그 파급력과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윤리·정치·철학적 질문들을 던지며 인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과연 인간은 통제 불가능해 보이는 야생마 같은 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류의 주인 자리를 기계에 넘겨주고 말 것인가. 지금은 이 같은 고민을 할 수 있지만 머지않아 고민조차 허락되지 않을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AGI 기술이 발전하고 우리 삶의 모든 것에 침투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저자는 1장과 2장에서 인공지능(AI)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대중화되고 있으며, 산업과 권력 구조 그리고 일상에 어떤 충격을 줄 지를 흥미진진하게 조망한다. 저자가 진짜로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3장과 4장에 등장한다. 3장 ‘무서운 상상’은 AGI가 초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변화에서부터 극단적인 디스토피아적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제시해 눈길을 끈다. AGI가 단지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인류의 존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현실적 경고를 담았다. 4장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AGI가 필연적으로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을 조명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그 기술과 공존할 수 있을지 모색한다. AGI는 무한한 생산성과 문제 해결력을 제공할 수도 있고, 인간의 존엄과 주체성을 파괴할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엘리트들은 AGI가 인류의 모든 문제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기술이 통제 불가능해졌을 때 생길 사회적 붕괴와 존재론적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결국 저자는 AGI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간됨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AGI가 초래할 사회적 변화다. 기술을 소유한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일반인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겨날 것이고 이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사회 구조가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와 권력은 AGI를 통제하는 소수 기업과 국가의 손에 집중되며 대부분의 인간은 의미 있는 노동과 사회적 역할에서 배제돼 잉여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쓸모없어진 인간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극단적인 불평등과 존재적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는 점이 AGI가 위협적인 이유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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