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미국산 장비 반입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프리마켓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1일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만 원(-3.72%) 내린 25만 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삼성전자도 전일 대비 1100원(-1.58%) 떨어진 6만 86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으로의 장비 반입을 사실상 봉쇄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 29일 트럼프 행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에 부여했던 ‘포괄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예고했다. 미 상무부는 연방관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내 생산 시설에 미국산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했던 기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장비 반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Validated End User)’ 자격을 받은 일부 기업은 예외적으로 허가 없이 장비를 들여올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VEU 자격이 3년 만에 박탈되면서 향후 중국 내 생산라인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생산 관점에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기적으로는 선단 공정 전환 속도가 둔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ASP(평균판매단가) 방어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다만 해당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라인의 진부화가 진행되고, 중국 레거시 노드(구형 공정)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인공지능(AI) 칩 수요 감소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중국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3% 넘게 급락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이 압박을 받았는데 이 같은 소식도 국내 반도체주 약세에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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