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조선업에서 먼저 원·하청 노사협의회를 모색하겠다고 한 것은 노란봉투법 시행이 국가 핵심 산업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은 원·하청 구조가 매우 복잡해 교섭 창구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간 경영계의 지적이었다. 김 장관이 6개월간 시뮬레이션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전향적인 양보 없이는 교섭 창구 단일화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 장관이 조선업에서 먼저 만들겠다고 밝힌 노사협의회는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가정해 원·하청 사측과 노동조합이 참여해 모의 교섭을 하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사측-원청 노조, 하청 사측-하청 노조에 이어 원청 사측-하청 노조라는 새로운 교섭 형태를 가능하게 한 법이다. 이 복잡한 교섭 형태에서 노사 간 대화의 단일 창구를 만드는 것이 노사협의회의 목표다. 김 장관은 “6개월 준비 기간 동안 양대 노총의 주요한 사업장에서 모범 원·하청 공동 노사협의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측은 “제안이 오면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노총 측도 “내부 논의를 거치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원·하청 노조는 원하는 교섭 의제 자체가 달라 대화 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례로 정부는 2022년 조선업에서 상생협의체를 만들고 이듬해 상생 협약을 맺었다. 원청이 하청에 금전적 지원을 늘리고 하청도 근로자 임금을 높이면 정부도 지원하는 협약이다. 하지만 당시 협약에는 원·하청 노조가 참여하지 못한 한계가 드러났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프로젝트 단위로 다단계 협력 업체 구조가 일반적이라 모든 하청을 포괄하는 협의체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일률적인 공동 노사협의회 모델을 적용하면 오히려 현장 혼란과 의사결정 지연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노동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뜻도 밝혔다. 이날 고용노동부의 약칭을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꾼다는 ‘깜짝 발표’도 했다. 김 장관은 7월 국무회의에서 산재 사망률 감축을 위해 장관직을 건다고 했던 발언과 관련해서는 “‘직을 건다’는 말은 절대 레토릭(수사)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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