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강화와 알리바바발(發) 인공지능(AI) 칩 쇼크가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100원(-3.01%) 내린 6만 7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1만 3000원(-4.83%) 하락한 25만 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미반도체(-6.32%), 두산테스나(-6.04%) 등 반도체 장비주도 동시에 하락 마감했다.
이날 시가총액 1·2위 반도체주가 동시에 주저앉으면서 코스피지수도 43.08포인트(1.35%) 내린 3142.93에 마감했다.
반도체주 동반 약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 조치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 등에 부여했던 ‘포괄허가(VEU)’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자격 박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장비를 들일 때마다 개별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알리바바발 악재도 겹쳤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엔비디아의 H20을 대체할 차세대 AI칩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공장 운영 전략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라인과 공정은 국내에 집중돼 있고 중국 공장은 현상 유지 수준이어서 단기적인 VEU 폐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기적으로는 선단 공정 전환 속도가 둔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가격 방어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정책이 장기화하면 중국 내 생산라인의 진부화가 진행돼 레거시 노드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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