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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수술일정 당겨지나"…의료진 "업무조율 필요"

■1년 6개월 만 전공의 복귀 첫날

하반기 모집으로 복귀 전공의 근무

첫날이라 수술·외래진료 급증 없어

"분위기 어수선… 융화 쉽지 않아"

일부 전공의들은 노조 설립 선언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상당수 복귀한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마련된 전공의 전용공간으로 의료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의사들 다 돌아왔나요? 그럼 좀 덜 기다려도 되겠네요.”

의정 갈등 이후 1년 반 만에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온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외래 병동. 오전 9시 반 무렵부터 15명 내외의 환자들이 접수대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원 환자들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 여러 명이 각자 진료나 수술 등을 위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잘 모르고 있었지만 복귀 소식을 알려주자 “앞으로 진료 받기 더 편해지겠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필수의료 과목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이날 외래 진료를 수행한 교수 7명 모두 20분 이상 상담 지연을 빚고 있었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서울대병원의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충원율은 평균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환자는 “어린이병원 외래는 사실 원래 대기도 길고 인력난이 심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이 분야 전공의들도 많이 돌아오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의정갈등으로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상당수 복귀한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내원객들로 붐비고 있다. 박지수 기자


지난해 2월 수련병원을 떠났던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해 이날부터 각 병원에 투입됐다. 수도권 병원들은 정원의 70~80%, 지방의 경우 50~60%가량을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은 전공의 복귀를 일제히 환영했다. 당장 진료·수술 일정이 확 앞당겨지지는 않는다 해도 예약 등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뇌종양 환자인 60대 남성 박 모 씨는 “석 달 전 병원을 찾았을 땐 수술까지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전공의들이 복귀했다고 하니 (수술 일정이)좀 앞당겨지지 않겠나”라며 “오늘로 여섯 번째 방문인데 평소보다 의사들도 많이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반가량의 공백으로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암 4기인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는 50대 여성 한 모 씨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검사 등이 지연되는 일이 잦았다”며 “솔직히 환자들이 실험쥐처럼 방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와 아무 일 없는 듯 돌아오는 게 씁쓸하다. 환자 입장에서 의사도 정부도 믿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병원들은 이날 대부분 업무, 수련 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열었다. 이에 본격적으로 진료량을 확대하거나 수술 일정을 늘리는 등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서울 대형 병원 한 관계자는 “근무를 시작해도 1~2주는 지나야 정상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 당시에는 교수가 차트 기록까지 담당했지만 이제는 복귀한 전공의가 차팅을 지원하다 보니 외래 환자를 보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수술도 조정하는 절차를 거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반 만의 의료 정상화를 바라보는 현장 의료진의 시선은 엇갈렸다. 장기 공백으로 과도한 업무에 지친 의료진은 전공의 복귀로 정상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한 수련병원 교수는 “마취과 전공의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미뤄왔던 수술 일정을 앞당길 수 있어 환자들에게 다행”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수련병원 교수는 “주변 교수들은 모두 환영하는 반응”이라며 “현장에서는 의료 정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의료진은 전공의 공백 기간 동안 현장을 지켰던 교수, 진료지원(PA) 간호사, 입원 전담 전문의 등 의료진과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전공의들이 복귀 후 바로 현장에 녹아들기는 쉽지 않다”며 “당분간 적응과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관계자도 “전공의 복귀 첫날이지만 특별히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융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전공의들은 이날 노조 설립을 선언했다.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은 성명을 내 “국내 모든 수련병원을 포함하는 전국 단위의 직종별 노조로서 공식 설립됐다”고 밝혔다. 유청준 노조위원장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전공의들은 항의조차 하기 어렵다”며 “근로기준법과 전공의법을 준수하는 환경과 전공의 인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1000명가량이 노조에 모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발대식은 1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연다.

전공의들이 상당수 복귀한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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