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정치·외교적 난제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고비를 맞았다. 정부 셧다운 이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한 최후통첩일 임박 등 까다로운 과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9월이 빡빡한 마감일로 가득찼다(Trump’s September Is Filled With Tough Deadlines)”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해야 할 9월의 핵심 일정은 예산 협상이다. 미 의회가 한 달 이상의 휴회를 마치고 2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이달 말까지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 셧다운을 피할 수 없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지만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 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철저한 심사를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과 관련한 민주당의 요구를 두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사실상 셧다운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셧다운이 발생하면 수십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들의 급여가 일시 중단되고, 필수 인력만 근무하게 되면서 각종 행정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진다.
워싱턴D.C. 경찰을 연방이 직접 통제하는 대통령 긴급 권한 역시 이달 10일 만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워싱턴의 치안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라고 주장하면서 워싱턴의 경찰 업무를 연방 정부 통제 하에 두는 한편, 주 방위군을 워싱턴 치안에 투입하도록 결정했다. 이 비상 권한을 연장하려면 상·하원이 공동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다만, 워싱턴DC 내 방위군과 연방 법 집행 기관 운용에는 시간 제약이 없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시카고 등 다른 도시에도 군대 파견을 검토 중이다.
국제 현안도 발등의 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2주 내 전쟁 종식과 관련한 진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거센 공격만 주고받았을 뿐, 협상은 교착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2주 후에도 전쟁 종식과 관련한 진전이 없으면) 우리가 무엇을 할지, 전쟁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해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나 관세 부과, 또는 개입 포기 선언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9월 이후에도 만만치 않은 싸움이 남아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관세 정책’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다. 연방항소법원이 상호 관세 대부분을 위법으로 판단한 가운데 사실상 대법원에서 행정부 권한을 둘러싼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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