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몸 건강 따로 마음 건강 따로 구분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현재로 오면서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관점은 ‘뇌’의 역할과 기능에 주목한다. 뇌를 아는 만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고 변화하고 진화하는 뇌를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관계의 형성이 필요하다.
흔히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라는 말을 한다. 부모와 자녀의 생김새가 닮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자식이 부모의 말과 행동을 통해 보고 배우며 성장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자녀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엄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엄마의 감정과 인지가 그대로 아이에게 투영돼 아이는 엄마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학습한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자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부모가 부모 자신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하고 행복한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자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어 하는지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자녀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모 역시 부모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즉 자녀를 교육하기에 앞서 부모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식을 가장 잘 안다고 많은 부모가 착각하지만 실상 아이에게서 부모로서 그동안 보지 못한 모습이 나타났을 때 당황하며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 하고 아이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해 애를 쓴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대신 아이를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력의 실마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상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의 저서 ‘뇌과학의 마음 사전’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안내한다. 내마음을 나조차도 알지 못할 때 마음은 뇌가 하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뇌과학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환경의 결과물이 아닌 뇌의 민감한 변화 속에서 형성되어 온 존재가 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속이 상한다거나 화가 난다거나 하는 감정의 기복이 생겨난다. 그 감정기복조차도 뇌가 우리에게 보내는 하나의 신호인 셈이다.
특히 유아기는 감정, 주의, 기억 등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로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상아 교수는 유아기에 유아가 받는 반복적인 스트레스는 해마나 편도체의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해마는 기억의 정확성과 관련이 있고,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을 담당하는데, 유아기의 스트레스는 두 구조의 기능을 왜곡시켜 향후 감정 조절과 학습 능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모와 자녀 간 안정적이고 따뜻한 접촉과 양육이 이루어지면 아이의 감정 조절과 학습 능력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되며 스트레스를 받기 전의 상태로 회복이 가능해진다.
만일 자녀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도 엄마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아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한다거나 아이가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는 감정 표현을 하게 되면 아이에게서는 부정적인 변화가 쌓여가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고 뇌 변화와 감정 변화를 인식하면서 아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부모라면 누구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한다. 아이의 성공을 부모의 성공으로 투영시키고 아이의 행복이 곧 부모의 행복이 된다고 여기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그러나 미래 사회는 우리 부모 세대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는 미래 사회의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 중심의 교육이 아닌 타인을 배려하고 협력할 줄 아는 교육이 필요하다. 배려와 협력이라는 가치는 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한다. 유아기의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위해 뇌를 이해하고 자기를 이해하며 아이를 이해하는 부모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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