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참관한 날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이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멈추기 위한 평화 협정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휴전 협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쏜 드론 502대 중 430대와 미사일 24발 중 21발을 격추 또는 무력화했으나 나머지 드론과 미사일이 14개 지점을 타격했다고 3일(현지 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주로 중부와 서부 지역의 주거용 주택과 민간 기반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중부 키로보흐라드주 즈나미얀카의 철도 노동자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수십 편이 최장 7시간 지연을 겪었다. 구조 당국은 노동자 4명을 포함해 총 5명이 다쳤고 주택 28채가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은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참관하며 '반(反)서방 전선'을 과시하는 사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2주 후에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한을 코앞에 둔 이날까지도 평화 협상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시 주석을 향해 "당신들이 미국에 대항할 작당 모의를 하는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언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간밤의 러시아 공습을 "명백히 과시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 "푸틴이 면책 특권을 과시하고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내로 우리 파트너들과 더 강한 압박 조치의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라며 "몇 시간 뒤에 덴마크에서는 우크라이나·북유럽·발트해 정상회의가 열리며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대규모 증강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저녁에는 프랑스에서 양자 형식의 회의가 열려 우리의 노력을 조율할 것"이라며 "'의지의 연합' 차원과 대유럽연합(EU), 대미 관계의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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