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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트럼프식 협상하는 현대차노조

이건율 산업부 기자


“상대방을 위협하고 원하는 것을 받아낸다는 측면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습니다. 욕심을 낼수록 점점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는 점에서도 일맥상통하죠.”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의 최근 교섭 행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다소 과격한 비유였지만 이유를 들어보니 타당한 면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라는 무기로 글로벌 국가들의 미국 현지 투자를 유도했듯 현대차 노조가 총파업을 인질로 삼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글로벌 국가·사측과의) 협상이 불공평하다며 그동안 마치 약자의 위치에 있었다고 항변하는 것도 유사한 모습”이라며 “그들 모두는 아주 오랫동안 강자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대차는 노조의 총파업에 대응할 수단이 마땅히 없다. 노조를 구슬리기 위한 협상을 이어나가면서 손실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특히 업계에서는 2016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를 일정 수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여 총 2조~3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현대차에 안겼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의 요구를 일정 수준이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강압적 협상은 스스로를 좀먹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인센티브를 왜곡하고, 비효율적인 투자로 자본을 몰아 미국 경제성장을 늦출 것이라고 평가한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해질수록 현대차는 해외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60억 달러(35조 5000억 원)를 미국 현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경쟁력의 열쇠가 될 산업용 로봇도 미국 공장부터 우선 투입된다. 국내 공장의 갈라파고스화가 시작되는 셈이다. ‘억대 연봉’의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지지해줄 여론도 부족하다.



현대차 노조는 7년 만에 3일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정책을 등에 업고 실제 총파업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현대차가 맞닥뜨린 글로벌 경쟁 상황은 매섭다. 글로벌 불확실성도 고조되고 있다. 노조가 ‘강자다운 절제’를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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