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PLA)이 미국 전역을 비롯해 전 지구를 사정권으로 하는 핵 탑재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5C’를 첫 공개했다. 해당 미사일은 전략미사일 부대 ‘로켓군’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최신예 스텔스기 F-35와 F-22를 겨냥한 ‘젠(殲·J)-20S’와 ‘J-35A’ 등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들도 비행하며 공군력을 과시했다.
중국은 3일 베이징 톈안먼 일대에서 북한·중국·러시아 정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하고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중국 인민해방군의 육해공 최첨단 무기체계를 대거 공개했다.
이날 열병식의 가장 특징은 최초로 육해공에서 보유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적 핵 3축 체계’ 공개였다. 공중 발사 장거리 미사일인 징레이(驚雷·JL)-1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JL)-3, 지상 발사 미사일 DF-61, DF-31을 선보인 것이다. 사거리가 1만 ㎞ 정도로 늘어나 지구상 대부분 지역을 사정권으로 두는 JL-1을 탑재한 폭격기는 어느 때든 이륙 가능하고 적군의 예측을 어렵게 한다.
개별 무기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첫선을 보인 핵 탑재 미사일 DF-5C였다. 대륙간 전략핵미사일로 액체연료를 사용해 기존의 둥펑 계열 미사일들보다 발사 준비 시간이 단축됐다. 추정 사거리는 약 2만 ㎞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DF-5C가 “전 지구를 타격 범위로 삼고 있고 관통력·정밀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DF-61’과 ‘괌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6의 개량형 ‘DF-26D’도 모습을 드러냈다. DF-61은 사정거리가 1만 2000~1만 5000㎞ 수준인 이전 모델 ‘DF-41’보다 개량됐을 것으로 전해졌다. DF-26D의 최대 사거리는 5000㎞로 괌과 필리핀해를 사정거리로 한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중국의 핵심 무기 체계로 꼽힌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DF-26D 때문에 대만에서 유사 사태 발생 시 미 항공모함이 대만해협 1000㎞ 밖에서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판 패트리엇(PAC-3)으로 알려진 요격 미사일 ‘훙치(紅旗·HQ)-29’ 방공시스템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및 일본의 SM-3 요격 시스템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DF-17’도 공개됐다. HQ-29는 지구 대기권 밖 고도 500㎞의 미사일과 저궤도의 위성을 요격할 수 있어 ‘위성 사냥꾼’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반 극초음속 활공체(HGV) 탑재 DF-17은 회피 기동이 가능해 미국 미사일방어망(MD)을 뚫을 수 있다고 평가 받는다.
DF 계열뿐만 아니라 미 항공모함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는 YJ 계열 미사일 ‘잉지(鷹擊·YJ)-21’ 극초음속 미사일과 JL 계열 미사일로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3’ 등 게임체인저급 신무기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대함 미사일 YJ-17은 최대 속도가 마하 8에 사거리 1200㎞로 발사 위치를 노출하지 않고도 해상 목표물 타격이 가능하다. 최대 500㎏ 탄두를 탑재하고 전투기 및 잠수함 플랫폼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핵추진 어뢰 포세이돈과 유사한 길이 18m 이상의 ‘해저 드론’으로 불리는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수중드론) ‘AJX002’ 도 주목 받았다. 단순 정찰용이 아닌 핵무기 탑재 가능성을 갖춘 모델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회피하면서 남중국해·서태평양과 한반도 주변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무기라는 평가다. 프랑스 해군 전문 매체인 네이벌 뉴스는 “(이 무기의 등장은) 중국 해군이 초대형 무인잠수정을 확대 운용하려는 노력에 진전을 보여준다”고 치켜세웠다.
항공 전력으로는 미 최첨단 스텔스기 F-35와 F-22를 대적하기 위한 5세대 전투기 ‘젠(J)-35’와 세계 최초 복좌식 5세대 ‘J-20S’도 등장해 열병식 상공을 비행했다. J-35는 항공모함 탑재와 지상 기지 배치가 가능한 모델로 각각 설계됐다. 정밀 타격·공중 정찰에 특화된 무인 전투기 ‘홍두(GJ)-11’ 등 다수의 무인기 및 무인 헬기 역시 등장했다.
공중전 무기로 인공지능(AI)을 통해 자체 판단이 가능하고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AI 드론인 ‘페이훙(FH)-97’ 역시 눈길을 끌었다. 열병식에선 유인 전투기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윙맨’ 역할을 맡았다. 아울러 이미 현역 배치된 군용 로봇개 등 최첨단 무기체계도 행진에 동참했다.
외신들은 중국의 이번 열병식이 대만 및 남중국해 갈등에서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의 무력 개입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이 사람들(미국 등 반중 세력)에게 중국에 대한 군사적 강압은 불가능하니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리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이 열병식에서 보여준 미사일들은 대만 침공 가능성과 같은 시나리오에서 중국이 경쟁자를 억제하고 개입하려 할 경우 적의 군사 자산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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