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의 대로변 공장 대지가 20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돼 국내 경매시장에서 단일 물건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6·27 대책 여파로 올 들어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보였다.
3일 경·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에서 성수역 2번 출구 인근 전용면적 4272㎡ 철골수 공장 대지를 두고 복사기 제조업체 신도리코가 2202억 100만 원에 단독 응찰해 물건을 확보했다. 서울 경매시장의 종전 최고가는 2021년 강남구 논현동 빌딩이 낙찰된 1055억 원이었다.
이번에 낙찰된 성수동 부지는 소유자 19명, 임차사 10여 곳이 얽혀 공유물 분할 소송 끝에 경매로 나왔다. 인근 부지를 보유한 신도리코가 전략적으로 응찰해 성수동 2가 일대 3개 블록 전체를 확보하게 됐다. 기존 용도는 공장과 사무실·창고 등으로 이용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감정가 기준으로는 조 단위는 물론 4000억 원대도 있었다”며 “다만 허수가 아닌 실 낙찰 금액으로 2000억 원을 넘긴 사례는 경매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아파트 경매 시장은 찬바람이 불었다. 8월 한 달간 서울 경매 시장에 나온 아파트 221가구 중 89가구가 낙찰됐다. 낙찰률은 40.3%로 전월 43.4% 대비 3.1%포인트 떨어졌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6·27 대책으로 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받는 대출인 경락자금 대출마저 최대 6억 원으로 묶이며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도 얼어붙었다.
구별로는 강남구 낙찰률이 0%를 기록했다. 8월 한 달간 나온 18건이 모두 유찰됐다.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도 9건 중 5건만 낙찰됐다. 반면 성동·동작구 등 한강변 단지나 재건축 추진 단지처럼 투자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곳에서는 현금 부자들이 몰려 고가 낙찰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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