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러시아 국가 정상이 3일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강한 밀착을 과시했다. 26개국 정상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좌우에 각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섰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59년 이후 66년 만이다. 시 주석은 기념사에서 “인류는 또다시 평화냐 전쟁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북중러가 서방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항해 ‘반미(反美) 연대’를 기치로 한데 뭉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핵 개발로 ‘불량 국가’ 취급을 받아온 북한이 핵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암묵적 동의를 받았을 것이라는 불길한 추측이 나온다. 심지어 북중러 3국의 ‘핵 클럽’ 연대로 북한 비핵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중국은 이날 70분가량 진행된 ‘군사 쇼’에서 전 지구 사정권의 핵 탑재 미사일, 항공모함 타격 극초음속 미사일,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군사력을 한껏 과시했다.
가공할 무기를 가진 북중러의 밀착으로 동아시아와 한반도 안보는 한층 불안해질 수 있다. “(한반도가) 최근 30년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의 경고를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이 12세의 어린 딸을 이번에 동반한 것은 북한이 정상 국가로의 전환보다 핵무력을 바탕으로 권위주의 세습과 도발에 무게를 두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요동치는 동아시아와 한반도 정세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주권·영토를 지키려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자강 능력을 배가시키는 길밖에 없다. 무엇보다 해이해진 군 기강을 다잡고 실전 훈련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소해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만약 북미 협상이 진행된다면 ‘서울 패싱’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 원칙이 흔들리지 않도록 유엔총회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에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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