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하고 이른 더위, 반복되는 집중호우와 적은 강수량. 올해 여름 기후를 축약한 문장이다. 올여름은 역대 최악의 여름으로 꼽혔던 지난해 여름보다 덥고 지역별로 집중호우와 가뭄이 나타나는 등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4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여름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올 여름철(6~8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가장 더웠던 지난해보다 0.1도 높았다. 이는 평년보다 2.0도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번 더위는 일찍 찾아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지난해에는 장마철 이후인 7월 말부터 무더위가 시작됐지만, 올해에는 약 한 달 앞서 더워지기 시작했다. 6월 29일부터 2주간 전국 일평균기온은 역대 1위를 기록했고 7월 8일에는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측정됐다.
기상청은 폭염의 원인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확장과 정체된 고기압 구조를 꼽았다.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 북태평양 고기압을 예년보다 이르게 확장하게 한 탓에 더위가 빨리 찾아왔고,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열기가 그대로 머무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7월 하순부터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이중으로 ‘고기압 이불’을 형성하면서 더위가 가중됐다.
더위가 그친다는 의미의 절기상 ‘처서(8월 23일)’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일평균기온은 역대 1~2위를 오갔고, 8월 하순의 전국 평균 기온도 27.8도로 평년보다 3.9도 높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어 2위는 2024년(27.1도), 3위는 2020년(26.5도)였다. 총 폭염일수는 28.1도로 역대 3위를, 열대야일수는 15.5일로 4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46일로 평년 대비 3.5배가 넘어 1위에 올랐다.
반면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었다. 올 여름철 전국 강수일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적었고 강수량도 619.7㎜로 평년의 85.1%에 불과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장맛비는 평년보다 일찍 시작되고 일찍 종료됐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도 200.5㎜로 평년 대비 55.0%에 불과했다. 강수일수도 8.8일로 평년(17.3일)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장맛비의 절대적인 양은 적었지만 국지적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하면서 호우 피해가 이어졌다. 7월 16~20일 닷새간 전국적으로 200∼700㎜의 폭우가 쏟아졌고 지난달 3~4일(충청 이남)과 9~14일(수도권·강원영서·남해안)에도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7월 17일에는 충남 서산에서 시간당 114.9㎜, 지난달 3일에는 전남 함평에서 147.5㎜의 비가 쏟아졌다. 지난달 13일 인천 옹진군에서는 시간당 149.2㎜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반면 강원영동 지역에서는 4월 19일 이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강원영동 지역의 강수량은 232.5㎜로 평년의 34.2%에 그쳤다. 강수일수도 24.7일로 평년보다 18일 이상 짧아 역대 최악의 가뭄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태백산맥으로 인한 지형효과로 강수량이 더욱 적었고 여름철 동안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우세해 동풍이 불지 않았다”며 저조한 강수량의 원인을 설명했다.
비 구름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동풍이 불어야 비가 많이 내리는 강원 영동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주로 남서풍이 불면서 가뭄이 해소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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