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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부당이득 상응 과징금 부과…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Pick코노미]

주병기 공정위원장 후보자 서면답변서

부당이득 과징금 체계 개편…대기업 부담 커질 듯

기술탈취 방지 위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





대기업 집단의 부당 내부거래를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칼날이 한층 매서워질 전망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대기업의 불법 내부거래로 얻은 부당이득에 상응하는 새로운 과징금 체계를 도입하겠다며 과징금 강화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정상적 내부거래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3일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답변서에서 취임 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기반을 훼손하는 불공정 거래 근절을 꼽았다. 특히 주 후보자는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와 처벌 강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주 부호자는 서면답변서에서 “자사주를 통한 사익 편취 규제 회피를 방지하고 부당이득에 상응하는 과징금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행위는 일반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4년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지속적 법 집행으로 총 17건을 적발해 과징금 1683억원을 부과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인 2020년에 사각지대 축소 위해 규제 범위도 확대했다. 하지만 주 후보자는 “여전히 자사주 등을 활용한 규제 회피 사례가 존재하는 등 사익편취 근절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가령 총수일가 지분 20% 또는 50% 경계선상에 있는 경우 자사주 취득과 보유를 통해 지분율을 20% 또는 50% 미만으로 낮춰 사익편취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주 후보자는 “사익편취 규제 회피 적발시 경제적 이익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주 후보자가 취임하면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법 위반 건당 일정액을 부과하는 수준을 넘어 사익 편취로 얻은 이익 전액을 환수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내부거래나 자사주 활용 등 편법으로 얻은 이익이 모두 과징금 대상이 될 경우 대기업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우려는 깊다. 부당이득 전액환수식 과징금 체계가 현실화되면 적게는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 과징금 부과가 일상화될 수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규제 취지는 이해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 정상적 내부거래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법인세 인상과 노란봉투법 통과에다 공정위의 규제 강화로 자칫 ‘반기업 정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신규 사업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자칫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반기업 기조가 강화되면 해외에 나가서 사업을 하고 싶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인사 청문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주 후보자는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강력한 제도 개편 의지도 드러냈다. 특히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통해 불공정 행위 입증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주 부호자는 서면답변서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및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을 도입하여 기술 유용행위를 근절하고 피해기업에 대한 구제를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는 미국 민사소송에서 활용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이다. 기업 간 분쟁에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원이 상대방 기업에 기술자료·계약서·내부 문건 제출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유용하고도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하는 관행을 끊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대기업은 내부 자료가 공개될 수 있어 불법적 기술 탈취가 적발될 위험이 커진다.

한편 주 후보자는 배달 플랫폼 독과점적 구조와 과도한 중개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배달기사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약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가맹점주·대리점주에게 단체 구성권을 부여하고 가맹본부·공급업체가 단체협상에 응할 의무를 지도록 하는 제도 개편도 신중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통상 이슈로 부상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해 주 후보자는 통상리스크 측면을 고려해 명시적인 추진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 또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주 후보자는 “경제분석·데이터 분석 등 공정위 사건 처리 역량의 질적 제고를 위한 인력·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경제분석국 신설 필요성을 에둘러 언급했다. 이는 공정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량적·계량적 분석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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