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이 자회사 LS마린솔루션의 주식으로 맞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EB) 발행을 검토중인 가운데 국내 다수 기관투자가들이 몰려들면서 이미 '오버 부킹'(Over Booking)'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현 LS마린솔루션 시가 대비 할증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오히려 발행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이번 EB 발행 규모를 당초 시장에 알려진 4000억 원 보다 훨씬 낮은 수준까지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2000억 원 안팎까지 발행량을 줄이는 것이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량 회사들은 시가 대비 10~20% 할증 발행도 가능해 LS의 이번 EB 예상 교환가액은 2만 6000원 이상에서 논의중"이라며 "금리도 0~2%대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LS마린솔루션의 주가는 2만 2000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EB는 일정 기간 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를 뜻한다. 쉽게 말해 채권이지만, 투자자에게 필요하면 주식으로 바꿔 가져갈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구조다. 주가가 교환가액 이상으로 오르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만기까지 보유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이 때문에 발행 기업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투자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LS마린솔루션의 주가가 3만 원을 밑도는 상황에서는 이번 EB 투자자들의 교환청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오버행(Overhang, 잠재 대규모 주식 물량) 부담은 적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가가 4만~5만 원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교환청구가 속속 단행될 수 있지만, 이는 회사의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른 이후의 상황이어서 오히려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LS그룹은 이번 EB 투자자들을 국내 금융사, 캐피탈사 등 복수의 기관으로 나눠 구성하는 것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발행 규모를 축소하려는 건 LS그룹이 중장기적으로 LS마린솔루션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켜가겠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LS전선은 LS마린솔루션의 지분 66.75%를 보유하고 있다. EB 발행량이 많을수록 향후 LS마린솔루션의 지분을 소유한 다른 기관들이 늘어나고 반대로 LS전선의 지분율은 낮아질 수 있다.
LS그룹이 EB 발행에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LS마린솔루션의 향후 사업 전망이 상당히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LS마린솔루션은 해저케이블·지중케이블 시공과 유지보수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11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4% 급증했다. 또 현재까지 약 7200억 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5년 이상 매출이 확정적인 상태다.
올 하반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추진하는 글로벌 해저 통신망을 본격 시공하고, 국내외 해상풍력 단지 프로젝트도 연이어 착수될 예정이다. 이에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투자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회사의 실적은 매년 큰 폭 성장하고 있다. 2021년 연간 매출액은 299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1303억 원까지 늘었다. 3년 간 연평균 약 63.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23년 흑자 전환한 뒤 지난해 124억 원을 거둬들였다. 올 해는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이 확실시 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해 매출액을 1480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60억 원으로 제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