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 개혁 법안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보완수사권 폐지가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민주당이 이달 25일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마감 시한을 제시하고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각론을 두고 엇갈린 진술을 쏟아내며 공방을 벌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국회에서 검찰 개혁 공청회를 열고 법조·학계 진술인들의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 등을 추진한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것으로 큰 틀의 의견 조율을 마친 상태다. 여야 의원들과 진술인들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부터 보완수사권 폐지 등 각론 대부분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맞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찰 개혁안이 수사권을 장악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의회 독재를 완성한 데 이어 대한민국 일당 독재 국가를 완성하려는 것”이라며 “헌법에서 검사가 수사·기소를 하게 했는데 수사권을 뺏겠다는 것과 공소청장을 만들겠다는 건 위헌”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사 출신인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고 해도 수사권·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으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며 제도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 찬성 측 진술인으로 나선 한동수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검찰에 대한 수사·징계·인사 조치와 함께 (과거 사건의) 진상 조사 및 재심, 공소 취소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 측 입장을 전한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헌법상 대통령을 ‘총통’, 국회를 ‘인민의회’라고 법률상 명칭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검찰청장을 공소청장으로 바꾸는 건 위헌”이라며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개혁안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입장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감정적으로 개혁안을 밀어붙이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추가 논의를 요구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전날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며 보완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안 가운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두고 노 대행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보완수사권은 전면 폐지보다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될 경우 검경 간 ‘사건 핑퐁’으로 인한 수사 지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구속 사건 송치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권만 사라지면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약화돼 형사 사법 체계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생 범죄를 주로 담당하는 형사부 검사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고 이는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중수청이 행안부 산하로 설치될 경우 인력 배치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내에서는 이미 이동을 꺼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에는 ‘검사’ 직함이 없고 오직 ‘수사관’만 둘 수 있다. 수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졌거나 7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조사·수사 경험이 있는 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조사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자 가운데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 중 대부분을 검사가 맡아야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 직함을 내려놓고 중수청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중수청으로 옮기는 검사에 대해 ‘선임수사관’ 등 직함을 바꾸는 식으로 차별화를 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도 행안부 아래로 옮기려는 검사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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