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만에 서울 사대문 안 도심 개발이 재추진된다. 서울시는 우선 중구 주교동과 광희동 일대에 대해 건물 용적률을 최고 880%까지 높이는 정비계획을 확정했다. 또 지난 2016년 고(故)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6년에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뒤 2023년에 다시 포함된 나머지 10개 지역에 대해 추가적으로 정비계획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도심 관리 정책이 전임 시장 시기의 역사문화 보존 중심에서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발사업 지원으로 전환된 결과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3일 제1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주교동·광희동 일대에 대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및 경관심의안이 수정 가결됐다. 이에 따라 정비예정구역에 속해 있는 대상지의 정비구역 지정이 결정됐다. 이번 정비계획은 향후 정비구역에서 사업시행자가 개발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활용되는 지침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민간 주도의 개발사업 추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먼저 서울시가 공공성을 확보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지 중 한 곳인 중구 주교동 125-2번지 일대는 서울 지하철 2·4호선 을지로 4가역과 방산시장이 있고 인쇄·포장 업종 시설 등이 밀집된 지역이다. 과거 정비예정구역 해제의 여파로 장기간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지지 않아 도로·공원 등 기반 시설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았다. 이면 도로는 좁고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이 뒤섞인 가운데 각종 적재물이 방치돼 있어 보행 환경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인쇄·포장 등 지역 특화 산업 발전을 유도하고 종로·광화문 도심과 가까운 입지 여건을 고려해 주상복합 등 주거·업무 시설 복합 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해 세운지구에서 2028년 준공 예정인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부지 일대와 훈련원 공원을 거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녹지로 이어지는 보행 길 조성을 계획했다.
정비구역에는 기존 도로 체계와 사업성 등을 고려해 면적 2000~4000㎡ 단위로 21개의 일반정비지구가 설정됐다. 일반정비지구는 건폐율 60% 이하가 적용되고 건물 높이 기준은 현재 70m에서 90m로 높아진다. 기존에는 지구단위계획이 적용돼 용적률이 최대 660%까지 허용됐지만 이번 정비계획 수립에 이어 올해 중 변경·시행될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과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최대 880%까지 가능하게 된다. 기존의 개별 건축 허가를 통한 단독 개발 대신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개선하는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대상지인 광희동 34-1 일대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DDP 근처에 있다. 주교동 125-2번지 일대와 동일한 건폐율·건물 높이 기준·용적률이 적용되는 일반정비지구가 15개로 설정됐다. 서울시는 최근 이어지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에 대응해 주요 관광지인 DDP 주변 관광 산업 시설과 미용(뷰티)·패션 산업 시설은 최대 88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주교동·광희동에 이어 남은 10곳의 중구·종로구 일대 정비예정구역에 대해서도 정비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12곳은 앞서 2016년 서울시 재개발 사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법정계획으로 수립된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근거로 정비예정구역 해제가 결정됐다. 당시 기본계획에는 근처 종묘, 경희궁, 덕수궁 일대 역사문화적 특성 보전 등이 정비예정구역 해제의 이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2021년 4월 보궐선거 당선을 계기로 서울시의 도심 관리 정책이 180도 바뀌었다.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거쳐 2023년 수립된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도심 활성화를 위해 과거 해제된 정비예정구역의 재지정이 결정됐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12곳의 정비예정구역에 대한 정비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에 나섰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사대문 안 도심 지역에 대한 정비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은 기존의 개별 개발사업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적용보다 더 적극적인 개발 정책”이라며 “도시 경쟁력 개선을 위해 개발사업을 통한 새로운 산업과 수요에 맞는 공간이 조성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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