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대표회장이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 과정에서 입주민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기재된 입주자 카드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지난 7월 벌금 7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동대표 회장을 지냈다. 그는 2020년 6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동대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입주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관리사무소에 보관 중이던 입주자 카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카드에는 세대주, 직업, 차량번호, 가족사항, 세대원 생년월일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쟁점은 재판 과정에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출한 경우 이를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을 유지하면서 형을 벌금 70만원에 집행유예 1년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 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제20조에 따른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형법 20조에 따르면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와 목적, 제출된 개인정보의 상대방 등 개별 사안에서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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