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 씨는 보고서 작성 시 복잡한 내용은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통해 검색한다. 그동안은 상사로부터 카카오(035720)톡을 통해 받은 업무 지시를 챗GPT 애플리케이션을 별도로 열어 작성해야 했지만 카카오톡 ‘채팅’ 탭에 챗GPT가 접목된 후로는 카카오톡에서 해당 내용을 복사해 바로 챗GPT에서 검색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해졌다. A 씨는 친구와 약속을 정할 때에도 카카오톡 대화방의 ‘샵(#) 검색’을 통해 적당한 장소와 메뉴를 생성형 AI를 통해 추천받는다. 카카오가 샵 검색에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카나나’와 챗GPT를 융합한 AI 모델을 사용하며 더 고도화된 검색 결과를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챗GPT 앱 없어도 OK…카카오톡 하나면 생성형 AI '짠'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채팅 탭에 챗GPT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이탈 없이 곧바로 챗GPT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친구와 연락할 때 채팅 탭의 해당 채팅방을 눌러 대화를 시작하는 것처럼, 채팅 탭에 별도로 마련된 챗GPT 아이콘을 눌러 생성형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카카오는 챗GPT 이용자를 카카오톡에 ‘록인’하면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류 시간은 수익과 직결되는 지점이다.
동시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방의 샵 검색에서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챗GPT와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카나나’를 결합해 더 고도화된 검색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카카오의 AI 메이트 앱 ‘카나나’에서도 오픈AI의 모델과 자체 LLM이 함께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급격히 커지고 있는 ‘AI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양 사가 영향력을 함께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오픈AI와의 이 같은 협업 내용을 23일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처음으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이프 카카오에서 오픈AI와의 실제 프로덕트 형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정 대표가 “늦어도 다음 실적 발표 전에는 모두가 해당 프로덕트를 직접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카카오톡에서의 챗GPT 이용은 11월부터 실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챗GPT’로 카톡 체류 시간 대폭 늘린다
카카오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인 오픈AI의 핵심 협업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 이래 채팅은 물론 쇼핑(선물하기), 결제(카카오페이(377300)) 등 전 국민의 일상을 아우르는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카카오톡은 ‘숏폼(짧은 영상)’ 등 변화하는 콘텐츠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뒤처지며 국내 시장에서 월간활성이용자(MAU)수 1위 자리를 유튜브에 뺏겼다. 동시에 미래의 핵심 이용자인 1020세대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세지(DM) 등을 애용하며 대표 채팅 앱의 자리마저 위태로워졌다. 실제로 체류 시간을 알 수 있는 1인당 평균 사용시간도 감소 추세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카오톡의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674분으로, 지난해 초(733분) 대비 약 8%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불면서 카카오는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잡은 동아줄이 오픈AI다. 카카오는 올해 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직접 챗GPT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감소하고 있는 체류 시간을 반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생성형 AI인 챗GPT는 특히 국내에서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어 카카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챗GPT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2031만 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 수(약 5175만 명)를 고려하면 두 명 중 한 명은 챗GPT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평균 사용시간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챗GPT의 지난달 기준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115분으로, 지난해 초(25분) 대비 4.6배 늘어났다.
李 정부 ‘전 국민 AI’에도 발 맞춤…AI 문턱 없앤다
동시에 이번 챗GPT 탑재는 이재명 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AI’와도 방향성을 같이한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챗GPT 앱의 주요 이용층은 젊은 세대로 20세 미만(13.6%)과 20대(24.2%), 30대(22.0%), 40대(22.4%)가 70% 넘게 사용 중이다. 반면 50대(12.6%)와 60세 이상(5.2%)은 20%에도 못 미치며 사실상 중장년층의 경우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다만 카카오톡은 남녀노소 모두 사용하는 국민 앱인 만큼 챗GPT가 탑재된다면 생성형 AI에 대한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모든 국민들이 무료로 생성형 AI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취임 후 AI 정책에 가속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역시 “카카오의 목표는 ‘AI 서비스의 대중화’”라며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카카오는 전 국민이 매일 AI를 접할 수 있는 접점을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마련하면서 ‘모두의 AI’를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오픈AI 입장에서도 카카오는 최적의 파트너다. 카카오는 4930만 명의 MAU를 보유한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323410)·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 대해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오픈AI의 한국 법인인 오픈AI 코리아가 이달 10일 공식 출범하는 만큼 카카오와 맺은 전략적 제휴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에너지를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월 한국을 찾아 “카카오는 기술이 일상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시작…'AI 에이전트'로 진화 전망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팅 탭에 챗GPT를 접목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사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첨단 AI 기술을 확대·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카카오톡에서 챗GPT 등을 활용해 실질적인 액션까지 취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비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롯데월드’ 등 몇몇 관광지를 검색하면 티켓 구매 링크 등이 연결된다”며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하면 AI가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결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픈AI와의 협업 프로젝트들은 이달 ‘이프 카카오’에서 일부 공개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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