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를 세 명으로 압축하며 조기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들어 한 번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제롬 파월 의장과 마찰을 빚어 왔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등 총 3명으로 좁히자 세간의 시선이 이들을 향하고 있다.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선 월러(28%), 해싯(18%), 워시(13%) 순으로 임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트럼프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후보군으로 고려했지만 베센트 측에서 수 차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임명한 인사다. 2021년 당시 금리 인상을 강력 옹호해 연준 내 ‘강경 매파’ 중 하나로 꼽혔지만 최근 들어 금리 인하 목소리를 수 차례 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한 두 명의 이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월가 일각에서는 월러 이사가 정치적인 계산 하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강력 촉구하고 있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싯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관세 정책을 주도했다.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만큼 통화정책에 있어서 잡음이 덜할 것이란 점이 부작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며 연준 통제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연준 이사로 일했던 워시 전 이사는 비교적 온건 보수 성향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싯 위원장보다는 워시 이사가 연준의 신뢰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가 본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해싯 위원장을 보다 매력적 선택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보자 인선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베센트 장관은 지난달 27일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지명 시점에 대해 “가을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조기 지명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백악관이 인선 작업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이 관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어 올 들어 기준금리를 단 한 차례도 내지리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멍청이’ ‘너무 늦는(Too Late) 파월’ 등으로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해 왔다.
시장에서는 파월이 이달 16~17일 FOMC에서는 금리 인하로 기조를 바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트럼프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5일 발표된 8월 고용지표가 ‘쇼크’ 수준의 둔화를 보여준 까닭이다. 5일 공개된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2만 2000명 증가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7만 5000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발표 직후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100%까지 수직 상승했다. 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이달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을 89%로, 50bp 확률은 11%로 반영했다. 25bp든, 50bp든 연준이 이달 금리를 내릴 확률은 100%로 본다는 의미다. 아울러 4일까지는 없었던 ‘빅컷’(50bp 인하) 확률은 5일부터 새로 등장했고 6%로 남아 있던 금리 동결 확률은 0%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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