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가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추정되는 상표권 ‘KRWT’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금융계와 지식재산 정보 검색 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테더로 불리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 오퍼레이션즈는 지난달 27일 ‘KRWT’라는 상표권을 국내에 출원했다.
테더가 출원한 상표권인 KRWT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테더가 발행 중인 세계 점유율 1위 스테이블코인 USDT 역시 미국 달러화인 USD에 테더의 앞글자인 T를 붙여 만든 약칭이기 때문이다. 서클이 발행하고 있는 유에스디코인(USDC) 역시 USD에 서클의 앞글자인 C를 붙이는 방식이다. 그간 국내 금융사들과 핀테크 기업들도 KRW와 각 기업을 상징하는 알파벳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해왔다.
KRWT의 상품 분류는 △전자 기기 및 소프트웨어 △금융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며 이들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지정 상품으로는 금융거래 및 통화 거래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가상 통화 거래업 등 94개가 등록됐다. 출원 대리인은 김앤장 소속의 변리사 3명이 맡았다. 테더는 과거 2019년(TEHTER)과 2022년(KUSDT)에도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으나 원화를 뜻하는 KRW가 포함된 상표권을 출원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테더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당장 발행하려는 것보다는 향후 발행 가능성에 대비해 상표권을 선점해놓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더는 최근 국내 정치권과 금융사들을 접촉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보다는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테더가 발행하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T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각 시장에서 테더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에 열려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테더 고위 관계자들이 이날부터 국내 주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과 접촉하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테더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 퀸 르 아태 지역 총괄, 안드레 킴 중남미 매니저 등을 만나 환담했다. 이번 면담은 스테이블코인 업계 동향 전반과 양 사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과도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조영서 KB국민은행 부행장은 10일 마르코 부사장 등과 미팅 일정을 잡았으며 우리금융 실무진 역시 이번 주 마르코 부사장을 비롯한 데더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우리·하나금융그룹의 경우 지난달 테더 관계자들과 접촉했지만 최근 방한한 테더 인사들이 더 고위층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 블록체인·가상화폐 담당 실무진은 이미 이달 5일 이번 테더 방한단 가운데 퀸 르 총괄 등과 만났다. 테더 측은 나이스그룹·토스 등과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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