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할당 계획을 새로 수립하면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기업 부담이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과 달리 기업이 받는 사전 배출 할당량이 줄고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율이 늘어 전기요금 재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배출권 거래제의 효율적 운영과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4차 할당 계획 토론회’를 개최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해 해당 범위 내 탄소를 배출하도록 하고 남거나 부족한 온실가스는 거래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내년부터 5년 간 4차 계획 기간이 시작되는데 정부는 이달 중 배출권 할당량과 운영 방식 등을 새로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안을 보면 정부의 배출권 예비분은 3차 기간(2021~2025년) 예비분(1400만 톤)보다 크게 늘어난다. 아울러 이전과 달리 시장 안정화 조치 용도 예비분도 배출 허용 총량에 포함하도록 해 기업이 받는 할당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늘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배출권 비용까지 추가 부담하게 되면 생산 축소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3차 계획 기간 10%였던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율이 4차 계획 기간에는 50%까지 단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에서는 유상 할당 비율이 늘면 적자 상태인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상쇄 배출권 사용 한도를 기존 5%에서 조정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상쇄 배출권은 국내 감축이 어려울 때 해외 등 외부에서 감축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감축 성과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산업 경쟁력 유지에 대한 균형 있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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