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더는 우승컵을 내줄 수 없다는 한국 선수들의 의지가 첫날부터 코스를 뒤덮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아시안 투어 공동 주관의 제41회 신한 동해오픈(총상금 15억 원) 1라운드에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위권을 점령했다. KPGA 투어 통산 2승의 양지호, DP월드 투어(옛 유러피언 투어) 도전을 겸하고 있는 김민규, 통산 7승을 두드리는 이형준 등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이 대회 우승자는 히가 가즈키(일본), 고군택, 히라타 겐세이(일본)였다.
신한동해오픈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단일 스폰서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KPGA 투어는 메이저 대회를 따로 구분하지 않지만 선수들과 골프 팬들은 이 대회를 메이저로 여긴다. 선수들이 유독 우승 욕심을 내는 이유는 KPGA 투어에서 유일한 3개 투어 공동 주관 대회이기 때문이다. 우승자에게 2억 7000만 원 상금과 함께 KPGA 투어 5년 시드, 일본과 아시안 투어 2년 시드가 주어진다. 2019년과 2022~2024년을 3개 투어 대회로 진행한 신한 동해오픈은 올해까지만 공동 주관을 유지할 계획이어서 선수들에게는 올해가 ‘시드 부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신한 동해오픈은 11년 만에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으로 돌아왔다. 5월 LIV 골프 코리아 대회가 열린 이곳을 첫날부터 꽤 많은 갤러리가 찾았다.
굴곡이 심해 악명 높은 그린은 스피드 3.3m에 맞춰져 선수들을 괴롭혔고 초속 5m 안팎의 제법 강한 바람까지 불었지만 양지호와 김민규는 나란히 노 보기 플레이로 각각 5언더파 공동 선두, 4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양지호는 최근 4개 대회에서 컷 탈락이 두 번이고 공동 47위가 최고 성적일 만큼 흐름이 좋지 않지만 일본 선수들 앞에서 바짝 힘을 냈다. 통산 2승 중 1승을 2년 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거둔 그다. JGTO 공동 주관으로 일본에서 열렸던 대회다. 양지호는 “2·3주 전부터 샷 교정을 시작했다. 샷을 잡아간다는 마음만 갖고 욕심은 덜되 과감한 플레이로 경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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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는 “버디 찬스를 못 살린 몇 홀이 아쉽지만 노 보기는 만족스러운 결과”라며 “원래 이 코스에 약한 편인데 (대타 출전한) LIV 골프 대회(공동 42위)를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DP월드 1년 시드를 갖고 유럽을 열심히 누비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한 그는 “이 대회 뒤 바로 DP월드 투어 프랑스 대회에 나간다. 아직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몇 개 남은 만큼 시드 유지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JGTO 2승의 송영한에 이형준·왕정훈·문경준 등이 김민규와 4언더파 3위 그룹을 이뤘고 시즌 2승의 문도엽과 베테랑 박상현도 3언더파로 선전했다. 김성현과 아마추어 김민수 등은 2언더파. 김성현은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활약으로 내년 1부 복귀를 확정했고 국내 대회를 2개 더 나간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혹시 LIV 골프 진로를 바꿀 가능성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어릴 때부터 PGA 투어만 바라보고 골프했기에 다른 투어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민수는 최근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선수권을 2연패한 2008년생이다. 아마추어 대회를 연속해서 뛰다가 와서 그린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는 “연습 때 몇 번 굴려보고 스피드가 3.3m 같다 싶으면 실제로 그렇고 2.9m 같다 하면 또 비슷하게 나온다.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출전자 138명 가운데 JGTO와 아시안 투어 시드권자는 각각 40명, 41명이다. 올해 아시안 투어 모로코 대회에서 준우승한 분마 단타이(태국)가 양지호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오른 가운데 일본의 오쓰키 도모하루와 요시다 다이키는 4언더파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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