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는데도 시장의 과열 조짐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형 공포지수(VKOSPI)가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거래 대금 회전율 등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전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상장 주식 거래 대금 회전율은 1.09%로 5거래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4년 3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달 9일 1.42%로 7월 8일(1.62%)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것이다. 코스피 회전율도 0.59%로 10일(0.88%) 이후 하락세다.
상장 주식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투자자 관심이 많고 잦은 손 바뀜이 일어났다는 의미이고, 반대로 회전율이 낮아지면 거래가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코스피가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 분위기는 잠잠한 흐름이다.
이날 VKOSPI는 20.71포인트로 이달 8일(18.36포인트) 이후 상승세이지만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4월 미국 상호관세 충격 당시 기록한 연고점 44.23포인트나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급등 국면에서 25포인트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활용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30일 이후 주식시장의 미래 변동성을 예측하는 지수로 높아질수록 주가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측정 지표인 신용거래 융자는 12일 기준 22조 4000억 원으로 두 달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다만 코스피 전고점이었던 2021년 중순 당시 신용거래 융자 규모가 25조 원을 넘어 과열 우려가 제기됐던 것과 비교하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상태로 재평가(리레이팅)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 성향이나 기업 지배구조가 글로벌 수준에 수렴할 경우 주가가 충분히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홍콩계 IB인 CLSA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정부안 35%보다 낮은 25%로 낮아지면 코스피지수가 4500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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