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특정 집단과 소수의 경제적 강자가 정치·경제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는 ‘길항권력’을 키우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대기업 등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주 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길항권력의 선봉에 공정위의 사명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위원장이 이날 길항권력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진보 경제학자인 존 갤브레이스가 1952년 발표한 저서 ‘미국 자본주의’에서 주창한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주인도 미국 대사 등을 역임한 갤브레이스는 기업 권력을 사회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이론 틀 위에서 노조와 소비자단체, 정부 규제로 대기업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독과점 기업 등장에 따른 시장 실패와 특정 기업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개념을 주 위원장이 공정위의 사명으로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주 위원장은 이날 대기업 및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및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소수 대기업 집단으로의 경제력 집중,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성장 등으로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시장 시스템의 혁신 역량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강도를 위법 행위에서 얻는 잠재적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는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경제적 약자가 가맹본부·원사업자 등 경제적 강자에 대항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등 ‘경제적 약자’를 5차례 언급한 것도 ‘길항권력’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업집단 내의 사익 편취, 부당 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며 “기술 탈취, 부당 대금 지급 등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기반을 훼손하는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이날 주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과 거리가 먼 에너지 정책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화석연료를 태워 이룩한 산업화가 지구 환경과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에너지 전환에 신속히, 성공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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