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미 상원의 관문을 넘어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리사 쿡 연준 이사도 항소법원의 판결로 직을 유지하게 되면서 이달 금리 결정은 팽팽한 세(勢) 대결이 예상된다.
15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원은 마이런 이사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48표,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진 가운데 공화당에서는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마이런 이사는 4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자리를 겸직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인사다. 마이런 이사는 지난달 1일 돌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연준 이사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 31일까지 이사직을 맡는다.
마이런 이사의 합류로 전체 연준 이사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는 7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낸 크리스토퍼 월러 현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에 이어 총 3명으로 늘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 1기 당시 임명됐지만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관세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14일에도 취재진에게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금리를 내리기에 완벽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시도가 노골화하는 가운데 쿡 이사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아내 이달 FOMC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혐의에 정식으로 대응할 기회를 쿡 이사에게 주지 않아 정당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미국 듀크대가 연준 이사,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인사들과 실무진으로 일했던 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25명 중 24명이 “정치적 간섭으로 인해 통화정책에서 실수할 위험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듀크대는 해당 보고서에서 “백악관의 압력으로 연준이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이달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을 96%로, 50bp 내릴 확률을 4%로 각각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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