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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브랜드 탄생서 유통·확장까지 관리…글로벌 IP 인프라기업 될것"[CEO&STORY]

하버드 로스쿨 재학시절 창업 결심

IP 법률 전문성에 AI 기술 결합해

118국 1500개 플랫폼 실시간 탐지

위조상품 신고하고 법적 조치 도와

LVMH 등 세계 350개 고객사 보유

단순 IP보호 넘어 판매관리까지 확장

'브랜드 컨트롤'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플레이북 써내려가는데 자부심 느껴"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가 이달 5일 서울 서초구 마크비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온라인상에 가짜가 더욱 범람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영역도 위조품에서 불법 콘텐츠, 인물이나 기업 사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요. 방어적 대응을 넘어 브랜드 탄생부터 유통·확장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브랜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가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마크비전은 그동안 지식재산권(IP) 전문가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AI로 효율화했다”며 “브랜드와 콘텐츠 보호는 방어적 조치가 아닌 필수 성장 전략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19년 ‘IP의 모든 것을 다루겠다’는 비전하에 미국 보스턴에서 마크비전을 설립했다. AI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전 세계 유수의 기업에 IP 보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 액세서리 브랜드 ‘캐이스티파이’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이고 젠틀몬스터·아누아·롬앤 등 K브랜드까지 350여 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토스·하이브·다올투자증권 등 업종을 불문한 기업들이 IP를 보호하기 위해 마크비전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마크비전이라는 사명은 상표를 뜻하는 프랑스어 ‘마르크(Marq)’와 컴퓨터 비전 기술의 ‘비전(Vision)’을 결합해 만들었다. 말 그대로 비전 기술로 상표를 보호한다는 의미다. 대표 서비스인 ‘마크AI’는 118개국 1500개의 주요 플랫폼을 24시간 탐지해 위조 상품을 찾아내고 생성형 AI 기반의 자동 신고 및 IP 전문가의 노하우를 결합해 빠르게 신고 및 차단한다. 필요시 위조 상품 제조 공장을 급습해 법적 조치를 돕기도 한다.

이 대표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실행 중인 대시보드를 보니 AI 기반 이미지·영상 분석 툴이 실시간으로 위조품을 골라내고 있었다. 여기에 IP 전문가들의 2차 검증을 거쳐 정확도를 높였다. 실제로 하루에 7만~8만 건의 위조 의심 건수를 걸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지난해는 무단 판매 등 브랜드 IP의 불법적 활동을 5041만 건 차단했다. 사람이 하기에는 역부족인 규모다.

패스트팔로어 아닌 퍼스트무버로


만 29세에 창업에 뛰어든 이 대표는 시행착오 끝에 마크비전에 도달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독일 중앙은행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AI 대출 플랫폼 어니스트AI에서 전략 총괄 업무를 담당했다. 다시 오랜 꿈을 좇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한 그가 수강했던 상표법 수업은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인류 역사적으로도 오랜 문제였던 위조품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e커머스와 소셜미디어 발달로 더욱 커지고 있다는 데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대표는 “법학도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컴퓨터 비전 기술을 결합해 IP 보호 서비스를 만들면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패스트팔로어가 아닌 퍼스트무버다운 발상이었다.

그 길로 보스턴에서 활동 중인 개발자들을 수소문했다. 개발 지식이 없는 법학도가 AI 기업을 창업하는 사례는 드물었지만 어떤 기술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이 명확했기에 기술 개발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에만 집착해 사용자들의 니즈를 놓치는 많은 기술 기업들의 실수를 비껴갈 수 있었다. 컨설턴트로 기업들의 속살을 들여다봤던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우리는 기업들의 니즈와 그들의 업무 과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우리 기술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마크비전은 2021년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이 대표를 지낸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벤처 육성 기관) 와이콤비네이터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이 대표는 “10분간의 면접에서 30개의 질문이 쏟아지는데 비전이 명확한 팀들은 이들 질문에 모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서비스로 기존 시장을 파괴할 만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과거 같은 프로그램에 선발됐던 에어비앤비가 초기에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집을 빌려줘 숙박을 해결하는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호텔 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처럼 말이다. 당시 아이디어뿐이었지만 에어비앤비가 미래 매출로 제시했던 숫자는 연간 100조 원이었다. 마크비전을 에어비앤비처럼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크비전 2024년 브랜드 IP 보호 성과. 자료 제공=마크비전


제품 론칭 3개월 만에 러브콜...전문 서비스 수출


이 대표는 창업 후 두 가지 내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IP 침해 피해가 많은 서구권 국가와 짝퉁 시장의 발원지인 아시아 양쪽을 모두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 담당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언어 등 제반 환경을 갖추고 실제 IP 침해가 일어나는 아시아 시장 생태계를 꿰고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압도적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었다.



실제 마크비전은 250명의 직원이 한국·미국 등 5개국에 고루 포진돼 서구권과 아시아를 모두 커버하고 있다. 또 대표 제품인 마크AI는 기존에 존재했던 솔루션 대비 브랜드 위협 요인 탐지와 제재 속도를 최대 100배 높인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제품 출시 3개월 만에 시장의 반응이 왔고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던 곳들이 수작업으로 위조품을 걸러내고 있던 터라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며 “국내 작은 브랜드 중 위조 상품 피해를 겪는 곳들부터 시작해 점점 확장해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글로벌을 대상으로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전문 서비스업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로펌이나 회계 법인, 컨설팅 기업은 모두 미국 또는 유럽 회사다. 언어 제약이 크고 시장이 작아 해외에서 고객을 끌어올 만한 전문성과 영업적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이 대표는 IP 보호라는 전문 영역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마크비전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 산업은 고객의 문제를 깊게 이해하고 그들의 업무 방식에 깊게 개입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SaaS(Software as a Service)로 소프트웨어 툴을 팔았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전문가가 제공했던 서비스와 결과를 팔 수 있게 됐고 이 시장은 소프트웨어 시장보다 100배는 더 크다”고 말했다.

현재 마크비전은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런던·프랑스·중국에 지사를 두고 사업을 하고 있다. 직원들의 급여 통화만 11개 종류에 달한다. 그는 “회사가 급성장하다 보니 몸이 찢어지면서 확장되는 느낌”이라면서도 “그간 없었던 새로운 플레이북을 써내려가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5년 만에 투자금 1200억 원… 서비스 고도화 박차


마크비전의 지난해 연간반복매출(ARR)은 2200만 달러(303억 원)로 전년(1000만 달러)의 2.2배를 기록했다. 최근 3년 동안 연매출 성장률이 10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을 만큼 고속 성장 중이다.

AI 기반 브랜드 보호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4800만 달러(약 7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 투자금 12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번 라운드에는 Peak XV(세쿼이아캐피털 인디아&SEA), HSG(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 세일즈포스 벤처스 등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했고 기존 투자사인 와이콤비네이터·알토스벤처스 등도 후속 투자를 이어갔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에서 복수의 투자사가 하나의 회사에 동시에 투자한 것은 드문 사례다. 그만큼 마크비전의 성장 가능성에 배팅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브랜드 컨트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위조 상품과 불법 콘텐츠 등 IP 위협 대응에 국한됐던 기존의 브랜드 보호를 넘어 존재하는 모든 디지털·물리적 판매 경로를 관리하는 개념이다. 그는 “브랜드 컨트롤은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개념”이라며 “앞으로도 마크비전은 AI 기반의 기술 혁신과 IP 전문성을 토대로 브랜드가 평판·매출을 직접 통제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며 글로벌 대표 IP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가 이달 5일 서울 서초구 마크비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He is...

△1990년 서울 △2013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2013년 맥킨지컨설팅 컨설턴트 △2015년 어니스트AI 전략총괄이사 △2021년 하버드대 로스쿨 △2019년~ 마크비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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