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최빈국으로 꼽히는 동티모르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새 차량을 지급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대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시위대는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이틀간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대학생 2000여 명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차량을 불태우고 경찰관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 일부는 ‘도둑을 막아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항의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이들은 국회의원 65명에게 도요타 SUV 신차를 지급하는 계획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구매 비용이 포함된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대학생들은 “국민이 가난에 시달리는데 호화 차량을 사는 것은 도둑질과 다름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예산안을 찬성한 정당들은 “차량 구매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시위대는 계획이 공식적으로 폐기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 활동가는 “차량 구매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 최종 결정은 국회의장이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고,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은 “취소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조제 하무스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정부나 의회가 잘못했을 때 시위로 항의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폭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티모르는 4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곧바로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했다. 인도네시아의 지배 24년 동안 20만 명에 달하는 동티모르인이 학살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02년 유엔 감독 아래 국민투표를 거쳐 공식 독립했다.
현재 인구 약 141만 명의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전체 인구의 40%가 빈곤층에 속하며 불평등, 영양실조 등 사회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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