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주사형과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64주간 진행한 3차 임상에서 환자들은 평균 16.6%의 체중이 줄었다. 주사형 위고비를 사용한 환자들의 체중 감소치 17%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경구용 위고비를 복용한 환자 3명 중 1명은 체중 20%를 감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루도빅 헤프곳 노보 노디스크 생산·포트폴리오 전략 부사장은 경구용과 주사형 약물이 거의 동일한 효과를 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기존 경구용 비만 치료제는 활성 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의 펩타이드가 장에서 손상돼 혈류로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노보 노디스크는 약물이 위장에서 흡수되기 쉽게 돕는 화합물을 추가로 넣었다.
헤프곳 부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펩타이드를 알약에 넣는 게 불가능했다"면서 "우리는 체중 감량제를 복용하는 다른 방법을 제공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시장에서 일라이 릴리에게 선두를 내주고, 체중 감량제 파이프라인이 경쟁사만큼 포괄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1년간 회사 주가는 60%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구용 위고비는 노보 노디스크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당 제품을 승인할지는 오는 4분기에 결정될 예정이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체중 감량제는 빨라도 내년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라이 릴리는 처음부터 노보 노디스크와 다른 전략을 취해 일본 주가이제약에서 화합물을 들여와 경구용 체중 감량제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했다. 그러나 임상 결과 체중 감소 효과가 기대치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지난달 회사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편, 경구용 위고비를 복용한 환자들은 메스꺼움, 구토 등 주사형 위고비와 유사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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