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가 미국 최대 사모펀드(PEF) 중 한 곳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최대 1000억 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KKR 측으로부터 인수한 국내 1위 폐기물 처리 회사 에코비트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토종 1위 사모펀드 연합이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에 사실상 첫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22일 IB·법조계에 따르면 IMM 측은 지난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KKR을 주 피고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장을 접수했다. IMM은 소송장에서 KKR 측이 에코비트 매각 당시 제대로 된 실사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인수 뒤 일부 사업장 부실이 발생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대규모 공사에 돌입하는 등 손해가 막심하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지난해 말 KKR·태영그룹은 각각 보유한 에코비트 지분 50%씩을 모두 합쳐 IMM 컨소시엄에 2조 7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태영그룹 핵심 자회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결과였다. 다만 태영그룹은 이 거래에 앞서 KKR에서 4000억 원을 빌리며 에코비트 지분 전량을 담보로 맡겼는데, 이 대출이 발목을 잡아 매각 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IMM의 손배소는 주로 KKR 쪽으로 향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IMM은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이번 소송에 나서고 있다.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절차가 이미 시작됐고 연말까지 단순 공사비만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만큼 손해배상액은 예상치를 훌쩍 넘길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KKR과 태영그룹은 법무법인 김앤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비트 경영권 변동 직후 자회사인 에코비트그린청주는 올 2월 충북 청주시로부터 1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5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이 사업장에서 침출수(오염수) 수위가 법적 기준인 5m를 초과해 인근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수 완료 뒤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이 사건으로 IB 업계는 IMM이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해왔다. 실사 단계에서 매각 측의 정보 제공이 부실하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인수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IMM은 침출수 발견 직후 법원에 KKR 측 서류상회사(SPC) 계좌의 가압류 조치를 우선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허용하면서 KKR의 매각 대금 중 상당 부분이 아직 국내에 묶인 상황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사는 매도인이 제공하는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실시된다”며 “정보 제공의 범위와 방식 역시 모두 매도인에 의해 관리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IMM에서는 실사 단계에서 침출수 문제가 있는지 수차례 질의했다”면서 “그러나 KKR은 에코비트가 환경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침출수 문제도 전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토종 PE와 글로벌 거대 PE 간 벌어지는 인수합병(M&A) 관련 소송전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IMM PE와 IMM인베는 국내 사모펀드 약정액 기준 국내 3~4위에 올라 있다. 최근 기업들의 M&A 이후 매도 측과 인수 측 간 법적 분쟁이 늘고 있는 것도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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