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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섣부른 금융감독 개편, 경제에 毒 된다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소원 둬도 불완전판매 근절 힘들어

감독기관 독립성·금융 혁신도 저해

불통 개편 멈추고 충분한 논의 거쳐야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늘날 전 세계 금융 부문은 눈부신 속도로 혁신 중이다. 애플·구글·알리바바·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지급결제 수단 제공,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영업,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전통적인 금융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특히 금융 감독 기능은 전통적인 금융을 넘어서 금융 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 감독 체계의 개편 방침이 발표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편안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행해진 부동산 정책이나 의학전문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개편이 어떠한 결과를 빚었는지 돌아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개편안의 골자는 금융 산업 육성 정책(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양자는 액셀과 브레이크처럼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다. 개편안의 취지는 타당할 수 있겠으나 정책과 감독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논의 진전 후 구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개편안은 감독 실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을 쪼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편안의 기저에는 금융회사의 영업 행위 감독을 전담하는 기구를 따로 두는 ‘쌍봉형’ 방식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우월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이 같은 믿음은 실증된 바 없다. 쌍봉형으로 전환한 영국에서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례가 근절되지 않았다. 감독 기구 간 의사소통 미흡이나 이중 규제로 금융 혁신을 저해하고,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급결제 영역에서 감독 중복의 해소 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이지만 이번 개편안은 ‘감독 기구 쪼개기’로 발생할 가시적·비가시적 비용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통합 감독 기구를 쪼갠 후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 모두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획재정부의 예·결산 통제와 경영 감독 아래에 두겠다는 방침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정부로부터 금융 감독의 독립성 확보를 저해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네덜란드는 적기에 가계부채를 관리하지 못하면서 금융 부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네덜란드 재무부가 금융 감독 기구에 대한 인사·예산권 등을 행사하는 등 정부의 간섭에 취약한 구조였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하는 금융 감독 기능은 임기제 행정부 수반의 영향력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이번 금융 감독 개편안은 인프라를 악화시킴으로써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한국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개편안이 초래할 감독 정책 수립·집행의 지연, 이중 규제와 감독 메시지의 불분명함, 책임 소재의 모호함 등은 기업의 혁신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편안이 불러올 비용 부담은 금융 산업의 혁신을 늦추고 국가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현실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 감독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섣부른 개편의 고삐를 멈추고 우리 현실에 적합한 ‘한국적 감독 체계’가 무엇일지에 대해 엄중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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