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경남 창원 버스회사들과 관련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버스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상여금, 하계수련비 등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가운데, 사측은 경영상 어려움을 주장하며 신의성실원칙(신의칙) 위반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에 대해서는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한지형)는 전·현직 버스기사 A씨 등 784명이 창원 시내버스 6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전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 등은 2021년 7월 1일부터 2024년 12월까지 상여금, 하계 수련비, 체력단련비를 포함해 다시 계산한 법정 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합 판례를 적용해 상여금, 수련비, 체력단련비가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 가운데 고정성 요건을 폐지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전합 선고 당시 계속 중인 소송에 해당하므로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 위반 여부였다. 사측은 “장기간 노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왔고, 이를 다시 포함하면 기업이 심각한 자본잠식과 회생절차 등에 직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버스회사들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채무를 추가로 부담하면 상당한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준공영제 정산지침에 따라 창원시로부터 재정지원금을 받고 있고, 경영지표상 수익구조가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재정난에 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2022년 이후 대체로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국내 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도 회복세에 있고, 고정적인 수요가 있는 사업 특성상 피고들의 당기순손실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는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개념이다”며 “추가 부담액이 어느 정도여야 요건을 충족하는지 쉽게 알 수 없는 만큼 이를 인정할 때에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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