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은 다리가 잘려도 몇주 안에 완벽하게 재생하지만 인간은 왜 그렇지 못할까? 생명과학계의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해답이 ‘위치 정보(Positional Information)’, 즉 세포의 GPS에서 풀리고 있다. 장기재생의 패러다임이 줄기세포나 오가노이드 자체의 능력을 넘어 세포를 정확한 목적지로 안내하는 기술로 넘어가고 있다.
자연에서 발견한 재생의 비밀: 위치를 기억하는 세포들
재생 능력의 비밀은 여러 생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도롱뇽의 경우 팔다리가 절단되면 ‘Hand2’라는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이 유전자는 세포에게 자신이 몸의 어느 부위에 있었는지, 예컨대 ‘어깨 아래 팔꿈치 위’와 같은 GPS 신호를 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손상된 부위를 정확히 복제해 재생한다. 이는 플라나리아라는 편형동물에서도 마찬가지다. 몸이 여러 조각으로 잘려도 각 조각은 머리와 꼬리를 정확히 만들어낸다. 이는 ‘위치 제어 유전자(PCGs)’가 잘린 단면의 위치를 파악해 줄기세포(네오블라스트)에게 머리를 만들지 꼬리를 만들지 정확한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위치 정보가 없다면 재생은 기형으로 이어진다. 제브라피시의 지느러미 재생 과정에서도 절단된 위치에 따라 세포의 증식과 이동 방향이 결정되는 ‘위치 신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 속에 잠들어 있는 GPS 유전자를 깨워라
그렇다면 인간에게는 이 능력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도 한때는 이 능력을 가졌다. 인간의 세포 역시 배아 발생 단계에서는 도롱뇽의 ‘Hand2’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뇌, 심장, 팔다리 등 각 기관이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한다. 하지만 성체가 되면서 이 유전자의 기능은 서서히 비활성화된다. 최근에는 성인의 골격근 줄기세포에도 태아 시절의 위치 정보가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으로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잠든 GPS를 다시 깨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장기재생의 성패는 단순히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포들이 손상된 부위를 정확히 찾아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 즉 ‘호밍(Homing)’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세포 GPS 해독 경쟁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전 세계 연구계와 바이오 기업들은 세포 GPS를 해독하고 제어하려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버드 의대와 MIT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의 해독이 역노화와 장기재생 기술의 핵심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미국 스타트업은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로 줄기세포의 GPS 기능을 강화하여 동물실험에서 간 손상 회복률을 80% 이상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미니 뇌) 연구에서도 위치 정보의 중요성은 두드러진다. 뇌 발달 과정에서 ‘모포젠(morphogen)’이라는 신호 물질이 농도에 따라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하면 시험관 내에서도 실제 뇌와 유사한 구조를 재현할 수 있다. 이는 미래의 뇌 질환 치료 및 뇌 재생 기술로 확장될 잠재력을 보여준다.
정밀 위치 기반 바이오 융합 재생 기술의 미래
로킷헬스케어도 이 같은 위치 GPS 정보시그널을 통한 호밍 이펙트로 실제 재생을 구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위치정보 지속 방출 플랫폼은 체내에서 서서히 분해되며 안정적으로 재생 신호를 공급한다. 이 신호는 재생줄기세포가 손상 부위로 호밍(Homing)하도록 유도해 장기 회복 속도를 높이고 역노화 효과를 내는 장기재생패치를 만드는 기술이다. 손상된 장기가 방출하는 케모카인 신호를 분석해 주변 조직 및 신생 혈관과의 최적 연결을 AI로 모델링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재생 패치를 설계하고, 다중잉크 3D 바이오프린터로 각 장기에 특화된 패치를 제작하여 공급한다.
이처럼 장기재생은 단순 세포치료제나 오가노이드 기술을 넘어 바이오 융합 정밀 재생 GPS 시그널 플랫폼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리고 기술의 융합은 알츠하이머, 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증), 간경화, 당뇨, 심근경색 등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던 난치병 분야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세포의 GPS를 잘못 제어할 경우, 비정상적인 세포 이동을 유발해 기형적인 장기재생이나 암을 유발할 위험도 존재한다. 정밀한 제어 기술의 확보가 관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전통적인 바이오 기술에만 의존하는 재생세포·줄기세포 치료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이제 ‘줄기세포 오가노이드 GPS 산업화’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열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장기재생은 단순히 세포를 주입하는 것을 넘어 ‘찾아가고 붙이고 되살리는’ 시대로 진입했다. 재생의학의 패러다임이 전통적인 바이오 기술이나 세포치료제의 단순 공급에서, 정밀한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재생 기술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첨단 재생의학 기업들은 AI, 오가노이드, 세포 GPS 기술, 바이오프린팅, 바이오 잉크 등을 융합해 첨단 장기재생 및 역노화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AI, 바이오프린팅, 오가노이드, 세포 신호 기술이 융합된 ‘정밀 위치 기반 재생’이야말로 인류의 오랜 꿈인 역노화와 장기재생을 현실로 만들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우리 안의 세포는 원래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하다. 인간은 이제 세포의 지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을 뿐이다. 세포와 유전자는 원래 신비할 정도로 똑똑하다. 우리가 아직 그것을 다 알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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