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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측근펀드' 인수 빅히트 구주, 글로벌 투자자 3곳은 거절했었다 [시그널]

日 1곳·美 2곳 사모펀드 실사했지만

비싼 몸값·BTS 입대 리스크로 포기

당시엔 불확실성 커 "난이도 높은 딜"

이스톤 등 상장 실패·성공 조건 달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352820) 의장이 ‘측근 펀드’가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20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 가운데 2019년 같은 시점에 3곳의 글로벌 투자자(FI)가 하이브의 구주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이 모두 인수를 철회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존 FI의 구주는 2019년 11월 이스톤 2호가 모두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하이브에 2012년 8월~2018년 4월 투자했던 LB인베스트먼트,레전드캐피탈,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018년 11월~2019년 11월 사이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들이 보유했던 하이브 지분은 각각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2018년 11월),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EP)의 2호(2019년 11월) 펀드로 넘어갔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로 약 1040억 원을 투자해 LB인베스트먼트 등의 구주를 인수했다. 당시 스틱이 책정한 하이브의 기업가치는 8500억 원이었다.



아울러 측근 펀드 의혹을 받은 이스톤EP 2호가 투자하던 시점에 국내 투자경험이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A사와 B사, 일본계 투자자 1곳도 구주 인수를 위해 실사를 거쳤지만 최종 포기했다. 이들은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BTS가 군입대 전이라 투자 위험요소가 있는데도 하이브의 기업가치가 1조 2000억 원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코스닥 상장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의 2019년 말 시가총액이 9015억 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너무 비싸다는 얘기였다. 글로벌 전문 투자자들도 구주를 인수할 ‘세컨더리 딜’ 기회를 갖고 있었으나 거절했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회사였던 빅히트가 당시 코스닥 대장주였던 SM엔터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난도 높은 딜이어서 내부 투자심의위원회 통과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톤EP는 김중동 전 하이브 사외이사가 참여했기 때문에 일각에서 ‘측근 펀드’로 불렀다. 김중동 전 이사는 KB인베스트먼트 재직 당시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주로 투자하던 인물로 한때 몸담았던 SV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하이브에 투자했고 이스톤EP를 떠난 후 최고투자책임자로 참여할 정도로 엔터업계와 하이브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의혹의 핵심이 된 방시혁 의장의 이익분배 역시 이처럼 어려운 투자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스틱인베와 이스톤EP 2호 펀드, 최유정 전 하이브 부사장의 지분을 되산 이스톤EP 1호 펀드는 2023년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원금에 일정 수익률을 적용한 금액으로 방의장이 지분을 되사주는 ‘풋백옵션’을 요구했다. 동시에 상장 실패 시 방 의장과 하이브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므로 하이브가 상장에 성공하면 이익의 30%를 분배하는 조건을 달았다.

현재는 하이브의 시총이 11조 1836억 원으로 피어그룹(비교 기업)인 SM엔터의 시총 3조 152억 원을 크게 앞섰지만, 당시만 해도 IB업계에서 스틱인베는 물론 LB인베의 투자조차 위험을 감수했다고 평가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극초기 투자자인 LB인베가 2018년까지 투자를 이어온 배경에는 하이브의 성공을 확신했던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주를 받아줄 투자자를 찾지 못한 점도 있었다”면서 “스틱의 투자 당시에도 너무 비싼 밸류였고 군입대를 남겨둔 시점이에서 과감한 투자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신규 자금을 투자하지 않는 스틱과 이스톤EP에게 방 의장이 풋백옵션을 보장한 것도 구주 거래조차 성사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게 하이브의 설명이다.

다만 최유정 전 하이브 부사장의 지분 매도 거래에서 방 의장은 이익분배를 요구하지 않았다. 공동 창업자가 지분을 빠르게 매도해줄 것을 주장하자 방 의장이 권리를 내세울 수 없던 상황이었다.

2019년 6월 최 전 부사장이 지분 매도를 확정한 시점과 맞물려 BTS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미국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고, 대규모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투어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그 전에도 BTS는 ‘러브 유어셀프’로 빌보드200 1위를 찍었지만, 이는 K팝 아이돌의 이례적인 반짝 인기로 치부됐다. ‘작은것들을 위한 시’ 발매 이후 20개 도시에서 1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뒤에는 BTS와 하이브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다. 군입대 리스크는 오히려 멤버들이 군입대를 발표하고 입대를 전후로 개인 활동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해소됐고, BTS이후 ‘동생 그룹’들의 등장으로 단일 수익 의존 우려에서 벗어났다. 그 전까지 상장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던 하이브는 2020년 초부터 상장 진행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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