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와 파출소에서 보관 중인 압수품인 오토바이가 두 차례나 도난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심지어 사건 피의자가 경찰청사 펜스를 넘어 압수물을 훔쳐 갔음에도 경찰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압수물이 사라진 것도 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야 확인하는 등 경찰의 압수품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절도)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혐의 등으로 10대 A 군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A 군은 지난 9월 3일 오전 2시 10분께 창원서부경찰서 대형 압수물 창고 앞에 보관 중이던 압수물인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취재를 종합하면 A 군은 지난 8월 30일 오후 10시께 경남 함안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번호판 없이 방치돼 있던 125cc 오토바이를 도구를 이용해 시동을 걸어 훔쳤다. A 군은 이 오토바이를 타고 창원 의창구 팔용동 일대를 배회했고, 인근 주민이 시끄럽다며 112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적발됐다. 경찰은 이튿날 오전 5시 30분께 A 군의 절도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오토바이를 압수했다.
압수물인 오토바이는 창원서부경찰서 압수물 보관 창고 앞에 장금장치를 하지 않은 채 보관됐다. 경찰은 "당시 창고 안에 오락기와 오토바이 2대 등 압수물이 있어 바깥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 지침상 장금장치를 해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A 군은 지난 9월 3일 오전 2시 10분께 친구와 함께 창원서부경찰서를 찾았다. A 군 등은 1.5m 높이 직원 주차장 분리 펜스를 뛰어넘어 압수물 창고에 접근해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은 오토바이를 다시 도구를 이용해 시동을 걸어 훔쳐 달아났다. 당시 경찰서에는 야간 당직자가 있었지만, 청사 내부에서 근무 중이라 바깥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 군은 대범하게도 경찰서에 있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다음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압수물인 오토바이가 사라진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A 군이 훔쳤던 이 오토바이는 9월 13일 의창구 북면 한 도로에서 발견됐다. 당시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돼 북면 파출소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엔 오토바이는 세워져 있는 상태였고 A 군은 없었다.
출동한 경찰관은 이 오토바이가 앞서 창원서부서에서 도난당한 압수물인 것을 알지 못했다. 오토바이 주변에 있던 10대 학생들은 “자신의 오토바이가 아니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소유자를 확인하지 못한 출동 경찰관은 이 오토바이를 파출소로 끌고 와 임시 보관했다. 하지만 이 오토바이는 9월 16일 오후 10시께 또 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화질이 좋지 않아 누가 훔쳐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창원서부서는 압수물인 오토바이가 사라진 것을 도난 발생 14일이 흐른 지난달 17일이 돼서야 알아차렸다. 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 오토바이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경찰은 CCTV를 분석해 A군이 훔친 것을 파악했다.
북면파출소에서 사라진 오토바이는 다시 A 군에게 있었다. 지난달 18일 오전 4시께 창원 진해구 경화동 일대에서 “오토바이 소음이 심하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A 군은 경찰의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약 1.6㎞를 도주하다 과속방지턱에 걸려 넘어지며 사고를 당했고 뇌출혈 증세로 수술을 받은 상태다. A군은 현재 입원 치료 중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경찰은 도난당한 오토바이를 다시 회수해 A 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에 대한 관리 부실 등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하다”며 “압수물이 도난당한 과정 전반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8월 14일 각 청에 압수물 일일점검부와 관리점검대장 등을 세분화해 관리해줄 것을 지시했으나 창원서부서는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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