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등 각종 피싱 범죄의 거점으로 꼽히는 캄보디아에서 체포되는 한국인이 최근 3년 새 48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고수익 취업을 미끼로 납치·감금된 뒤 강제로 범행에 동원된 피해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한국인은 2023년 3명에서 2024년 46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1~7월에는 벌써 144명이 체포돼 지난해 전체의 세 배를 넘어섰다.
올해 검거된 한국인의 상당수는 ‘범죄단지(웬치)’로 불리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 단속 과정에서 붙잡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 7월 대대적 사이버범죄 단속을 벌여 한국인 57명을 한꺼번에 체포했고, 지난 2월에도 포이펫 지역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9명이 붙잡혔다.
체포된 인원 중에는 취업 사기에 속아 범죄조직에 끌려간 피해자도 적지 않다. 올해 1~7월 접수된 한국인 취업 사기·감금 피해 건수는 252건으로, 지난해(17건)보다 무려 14.8배 증가했다.
피해자뿐 아니라 국내 가담자까지 적발됐다. 대구지검 강력범죄수사부(이근정 부장검사)는 이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콜센터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로맨스스캠 사기를 벌인 한국 국적 조직원 6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인 척 피해자에게 접근해 호감을 산 뒤 투자 사기를 유도해 수억 원을 챙기고, 범죄 수익의 3~10% 가량을 인센티브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단순 사기뿐 아니라 마약 강제 투약 등도 강요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가 공개한 영상에는 겁에 질린 한국인 남성이 범죄조직의 강압 속에 ‘프리베이스’로 필로폰을 연기로 흡입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고압적인 목소리로 "빨라고 더 세게! 더 빨아!", "죽여버리기 전에 마셔, 빨리 쭉! 더 세게! 세게!" 등 명령하는 음성이 나왔고, 남성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흡입을 계속했다.
영상 속 인물은 지난 8월 캄폿 주 보코 산악지대 범죄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국내 브로커의 소개로 “은행 통장을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말에 현지에 갔다가 납치·감금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이 마약을 강제 투약한 건 탈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달 프놈펜에서는 50대 한국인이 중국인과 캄보디아인 조직원들에게 붙잡혀 납치·고문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피해는 2023년 17건에서 올해 8월 기준 330건으로 폭증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달 16일 캄보디아 프놈펜에 2단계 ‘여행 자제’, 시아누크빌·보코산·바벳 등에 2.5단계 ‘특별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방문 예정인 국민에게 여행 취소·연기를 권고하고, 현지 체류자들에게도 안전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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